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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6일 부산시설공단 노조원 50여 명이 이사장 후보자 사무실로 몰려가 출근을 막았다. 21일에는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기업 노조가 신임 기관장 후보를 상대로 이 정도 강도의 반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노조의 방식을 두고 시각이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뿌리는 노조가 아니라 부산시의 인사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안전은 ‘보은’의 대상이 아니다' 인포그래픽첫째, 말과 행동이 다르다. 전재수 시장은 민선 9기 첫 인사에서 능력과 현장을 앞세우겠다고 시민 앞에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지명 대상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노조는 이 이력을 근거로 시설물 관리와 안전 분야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력만으로 부적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능력과 현장’을 내세운 시가 이 후보자의 안전관리 역량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시민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설명할 책임은 지명한 쪽에 있다.


둘째, 기관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부산시설공단은 교량, 터널, 지하도상가, 장사시설 등 시민 일상과 안전에 직결된 시설을 24시간 관리한다. 사고 하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곳에서 기관장은 ‘들어와서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같은 날 발표된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가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지낸 교통 분야 경영인이라는 점과 나란히 놓으면, 시의 인사 기준이 기관 성격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묻게 된다.


셋째, 학습하지 못한 역사가 있다. 노조는 과거 비전문 경영인과 정치권 인사가 이사장으로 오면서 성희롱·갑질 해임, 도시고속도로 터널 관련 파문 등 조직 운영이 흔들렸던 경험을 상기시켰다. 공단 안에서는 이미 겪어본 일이다. 시가 그 기억을 참고했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넷째, 검증 절차가 실효성을 의심받는다. 지금의 절차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시장이 검토해 내정하고 기관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시의회 인사청문회는 그 뒤에 열리며, 시장은 청문 결과를 ‘참고’해 최종 결정한다. 내정이 먼저 공표되고 검증이 나중에 오는 구조에서는 청문회가 사후 추인 절차로 흐를 위험이 있다. 추천위가 복수 후보를 올렸다면 어떤 기준으로 누가 선택됐는지, 그 과정은 공개되어야 한다.


이제 공은 시의회로 넘어갔다. 이사장 후보자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청문회가 본래 해야 할 일이다. 시의회는 후보자의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할 구체적 질문과 자료 요구로 청문회를 채워야 한다. 시는 지명 기준과 선정 과정을 스스로 공개해야 하고, 청문 결과에서 자격에 의문이 드러난다면 지명을 재고할 각오도 있어야 한다.


공기업 인사는 시장의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시민의 안전이라는 목적 아래에서만 정당하다. 인사가 논공행상으로 읽히는 순간 현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그 비용은 결국 시민이 치른다.

/ 이상철(본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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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21 14: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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