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편집국

▲ 박 의 황
부울경관광레저연구원장
WUDOSA(우리도시를만드는사람들)창립의장
바야흐로 모두가 AI 시대를 말한다.
AI는 산업과 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방대한 DATA가 있다. 특히 사람의 선택과 이동, 소비와 관계, 활동과 경험 등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앞다투어 기술에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바라보는 시각은 잘 보이지 않는다.
AI 시대는 다른 말로 하면 DATA의 시대다.
나는 오랫동안 관광의 관점에서 부산과 남해안벨트의 국제경쟁력에 주목해 왔다. 도시개발 후보지를 연구하고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디지털 관광시대’라는 화두도 계속 던져왔다.
그러나 인구가 줄고 인재가 빠져나가는 지방의 현실에서 전통적인 땅 중심, 자본과 금융 중심의 도시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AI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두 가지 명제를 정리하게 되었다.
“DATA는 새로운 땅이다. 도시는 사람이다.”
도시가 땅 위에 만들어졌듯이 AI 시대에도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의 만남과 이동, 소비와 거래, 경험과 관계, 활동과 기여에서 끊임없이 DATA가 만들어진다. 사람이 새로운 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의 관광산업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관광객 숫자를 넘어 그들이 부산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DATA와 경제적 가치가 지역에 얼마나 남고 다시 순환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돈은 지역에서 순환하고, 지역경제는 세계경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의 소비, 기업의 사업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지역에 남아 일과 소득, 새로운 사업과 재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의 사람과 기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안에만 머무는 경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사람과 기업, 사업을 HUB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의 시장과 자본, 사람과 기회에 연결하고, 외부의 자본과 기회도 지역의 새로운 사업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안에서는 가치가 순환하고, 지역 밖으로는 기회가 연결되는 경제. 이것이 필자가 디지털도시를 통해 실험하고자 하는 시민경제의 기본 방향이다.
그렇다면 왜 또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도시’라고 하는가.
플랫폼은 쇼핑, 배달, 금융, 관광처럼 특정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하나의 서비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실의 도시에는 식당과 병원, 학교와 은행, 기업과 시장, 공연장과 공원이 함께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를 오가며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디지털세계도 그래야 한다.
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DATA라는 새로운 땅 위에 다양한 플랫폼과 기업, 기관과 서비스가 들어오고, 시민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시를 말하는 것이다.
의료·관광·문화·교육·금융·쇼핑·모빌리티뿐 아니라 생성형 AI와 AI Agent, 앞으로 등장할 Physical AI와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공간도 이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플랫폼에서는 사람이 서비스를 찾아간다. 도시에서는 사람을 중심으로 수많은 서비스가 연결된다.
그렇다면 왜 시민이 먼저 나서야 하는가.
정부와 지자체는 제도와 공공인프라를 만들 수 있지만 시민의 일상과 관계, 활동까지 대신 만들 수는 없다. 특히 DATA가 새로운 땅이라면 그 땅을 만들어가는 주체 역시 시민이다. 시민이 먼저 실험하고, 민간이 연결하며, 정부가 뒷받침하는 새로운 도시운영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부산은 오랫동안 항구를 통해 사람과 물류,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며 성장해 왔다. 디지털시대는 부산을 더 이상 ‘노인과 바다의 도시’에 머물지 않게 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가능성의 하나가 사람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 전문성, 인간관계와 신뢰가 있다. 이들을 단순한 은퇴세대로 볼 것이 아니라 청년과 기업, 지역과 세계에 다시 연결한다면 새로운 사회적·경제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이미 있는 사람의 가치를 더 크게 연결해야 한다.
부산이 가진 현실의 자산도 마찬가지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새로운 문화시설을 단순한 공연장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공연과 예술을 중심으로 시민과 문화예술인, 관광객, 숙박과 음식, 상권과 기업을 연결하고 부산·울산·경남과 남해안, 나아가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거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
시설은 부산에 있지만 디지털시대 연결의 경계까지 부산에 머물 이유는 없다.
이러한 연결과 활동이 DATA로 축적된다면 하나의 시설은 도시의 새로운 자산이 되고, 관광과 문화, 지역경제를 다시 연결하는 디지털도시의 현실적 실험장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데이터 중심 사고는 결국 기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혁명으로 달려온 시간 속에서 다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자본과 결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웠던 사람의 참여와 연결, 경험과 기여를 기록하고 새로운 가치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사랑방과 시민교류 세미나 등을 통해 디지털시대의 시민의식과 디지털도시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하나씩 실험하고 있다.
거대한 도시가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만나고, 연결되고, 활동하고, 그 기록이 DATA로 쌓이는 작은 변화에서 새로운 도시는 시작된다.
부산이 이제 물리적 영토의 한계를 넘어 DATA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사람과 지역, 산업과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디지털도시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