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 칼럼니스트
홍철훈 칼럼니스트이번 호부터는 ‘바다의 프런티어’라는 제하에 글을 올린다. 바다의 실익 경제적 관점으로 시각을 바꿔보고 싶어서다. 그 첫 번째로 우리가 거의 매일 접하면서도 흔히 못 느끼는 ‘바다 밑 인터넷’ 세계를 살펴보려 한다.
사실상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돈이 바다 밑을 지난다. 1,000분의 1초에 수천억이 오고 간다는 것이다. ‘스타링크’ 같은 위성을 통해선가 싶었는데 실은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서다. 글로벌 데이터 전송의 99%가 바다 밑을 통하고, 국제 금융 거래액만 매일 약 10조 달러(약 1경 3,800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저 놀랍다.
‘인터넷(Internet)’은 주지하듯, 전 세계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촘촘히 하나로 연결한 ‘거대한 그물망’이다. 따라서 ‘해저케이블’을 인터넷 자체라 보기는 어렵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 그물망의 대동맥 역할을 하기에 사실상 인터넷으로 간주한다.
실례로, 바닷속 실선 몇 가닥이 어떻게 세계 경제와 내 계좌의 현금 거래를 지배하는지 알아보자. 해외 주식을 사고팔거나, 아마존에서 직구(直購), 또는 해외 친지에게 송금할 때 화면에서 ‘결제/송금’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물리적 ‘데이터 전환’ 과정이 발생한다. 스마트폰이나 PC의 전기 신호가 국내 통신사(KT, SKT, LGU+ 등) 기지국 국선망(局線網)을 거쳐 부산이나 거제에 있는 ‘해안육양국(海岸陸揚局)’*1에 도착한다. 이는 국선망(육상망)과 바다 케이블이 만나는 거점 기지다. 여기에 도달한 전기 신호는 곧 빛 신호(광신호)로 바뀌어 태평양 바다 밑에 깔린 손가락 두께의 광케이블에 연결돼 초속 30만km로 미국 서부(시애틀, LA 등)까지 바다 밑을 달린다. 이윽고 미국에 있는 아마존 서버나 국제금융결제망인 SWIFT(국제자금 물류 통신협정) 서버에 도달해 ‘결제 완료/송금 승인’을 처리한 뒤, 다시 같은 바다 밑 케이블을 타고 내 휴대폰으로 승인 결과 메시지를 보내온다.
요컨대, 휴대폰(또는 PC)→국선망→해안육양국→해저광케이블→국제금융결제망→해저광케이블→휴대폰(또는 PC)의 과정을 거쳐 송금 결제가 이루어진다. 그 소요 시간이 고작 1~2초다. 따라서 바다 케이블(해저광케이블)은 인터넷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실체이므로, 인터넷 범주에 포함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우리가 쓰는 인터넷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선 신호(WiFi/5G)는 내 휴대폰에서 동네 기지국까지만 담당할 뿐, 대륙과 대륙 사이를 넘나드는 진짜 돈과 정보의 99%는 바다 밑 광케이블을 타고 움직인다. 실로 해외로 거래되는 금융 경제 대다수가 차가운 바다 밑 유리 가닥(광케이블)을 통해 성사된다.
해저케이블이 대륙을 처음 연결된 건 약 170년 전이다. 1858년, 영국과 미국을 잇는 대서양 구리 해저전신 케이블이 깔렸을 때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이 미국 대통령에게 모스 부호로 축전을 보내는 데 1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구리 케이블은 그 후에도 개량을 거듭해 계속 사용되다가 1988년 12월, 유리를 가늘게 뽑은 ‘광섬유(Optical Fiber, TAT-8)’가 나오면서 교체되었다. 이른바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TAT-8’도 잠시, 2020년대 들어서는 AI 시대용 ‘차세대 광케이블’로 교체되고 있다. 이는 ‘TAT-8’에 비해 전송 용량이 약 400만 배로 늘었고, 신호전송방식(DWDM, SDM 등)*2 등이 크게 바뀌었다.
TAT-8이 대서양을 건널 땐 4만 명의 목소리를 실어 나르던 오솔길이었다면, 오늘날 차세대 케이블은 지구촌 80억 인구가 동시에 전화 통화를 해도 넉넉한 초고속 데이터 고속도로인 셈이다. 해저케이블 한 예만 보더라도 오늘날 숨 가쁘게 바뀌고 있는 기술문명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목할 건, 그 운용 주체가 예전에는 국가 단위였다면 오늘날은 빅테크 기업*3(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교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저케이블은 민간ㆍ국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Consortium)*4형태였다. 전 세계 500여 개의 해저케이블이 그물망(Mesh)처럼 얽혀있고, 다중화(Redundancy)되어 있어 특정 케이블 하나가 끊어져도 자동으로 다른 케이블 경로로 우회하도록 설계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거의 모든 해안 국가는 이 컨소시엄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스위스, 몽골처럼 내륙국은 인접 국가의 해안육양국까지 육상 케이블을 연결해 빌려 쓴다. 해저케이블의 주체 및 운영국은 컨소시엄이 주인이었다. 예컨대 한국은 KT, 미국은 AT&T, 일본은 NTT였고, 재정 투자별 지분을 나누어 운영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부터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게 되었다. 더구나 구글과 메타는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자가 소비하므로, 아예 자체 전용 해저케이블을 전 세계 바다에 직접 깔고 운영 중이다. 따라서 빅테크가 전 세계 해저케이블 투자의 반 이상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용료는 통행료 지급 방식이다. 즉, 컨소시엄 시스템이었을 땐, 참여한 기업/국가가 지분율대로 케이블 1척당 수천억~1조 원의 건설비를 지급했고, 케이블 소유주가 아닌 통신사나 기업들은, 케이블 소유주(대형통신사)에게 데이터 대역폭(Bandwidth) 임대료를 지급했다. 오늘날은 빅테크 기업에 직접 지불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5 지급 금액은 매년 수천억 원 단위로 알려진다. 물론 케이블이 끊기거나 수리하게 되면 별도 분담금(수십억~수백억 원)을 지급한다. 우리가 통신사에 내는 월 인터넷 요금에 바로 이 국제 해저케이블 임대ㆍ유지보수 비용이 반영된 셈이다.
문제는 국가가 관리하던 때와 달리 민간 빅테크와 통신사별로 대응하면서 ‘지구의 디지털 도로’를 특정 국가(미국)가 과점하여 일반 국가는 점차 예속되는 추세로 변화할까 봐 우려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 태평양, 대서양을 건너는 주요 해저케이블 대역폭의 60% 이상을 미국 빅테크 기업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구글은 아예 단독으로 소유한 해저케이블만 전 세계에 1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네이버ㆍ카카오ㆍ통신사)는 빅테크 기업 뿐만이 아니라 여러 다국적 컨소시엄에 지분을 분산 투자하여 케이블 불통시 ‘우회로(다중화)’ 확보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미ㆍ일ㆍ중ㆍ동남아를 잇는 케이블이 부산에 모여있어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디지털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소비자를 넘어 데이터 길목을 쥔 ‘허브 국’으로서 일정 부분 협상력을 가진 이점을 지닌 셈이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테러(또는 태업) 같은 인위적 절단ㆍ파손은 큰 문제다. 해저케이블에 접근이 어려워 실시간 물리적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천해 케이블은 외부 충격 방지용으로 만들어 수 미터를 굴착해 묻고, 해저케이블 설치 해역에 수상한 배가 정박하면 통신사와 해경의 감시 시스템이 즉각 작동해 출동하고, 파손 시에는 ‘해저케이블 수리선*6’이 즉시 투입된다고 한다.
실로 스마트폰 화면을 자연스레 터치하는 순간에도, 차가운 암흑의 바다 4,000m 밑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해저 산사태나 태풍으로 파손되는 유리 가닥 케이블이 있고, 그 손가락 직경의 끊어진 케이블을 건져 올려 수리하는 ‘해저 수리선’ 엔지니어들의 사투가 벌어진다. 그들이 세계 디지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18~19세기는 바다 패권을 쥔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 오늘날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해저 데이터 길목을 쥔 빅테크와 강대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무심코 누르는 스마트폰 ‘클릭’ 뒤에 민간 빅테크의 배타적 독점욕, 그리고 강대국들의 소리 없는 심해 해전(海戰)이 벌어지고 있다. 바다는 이제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어느 틈엔가 치열한 ‘디지털 영토 전쟁터’가 되었다.
이제 해저케이블 사고로 이어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살펴보자. (2부에 계속)
바다의 프런티어_인터넷이 ‘바다 밑’에 있다(1) 인포그래픽.*1 해안육양국(海岸陸揚局, Landing Station): 바다 케이블과 육상망이 만나는 거점 기지. 부산 송정/일광 육양국(KT 중심)은, 1980년 ‘한일 제1 케이블’로 시작, 1990~2000년대를 거쳐 대규모 국제 해저케이블 관문으로 확장됨. 따라서 대한민국은 동북아 해저케이블 트래픽 90%를 처리하는 데이터 허브다. 게제 육양국(SK 브로드밴드/LGU+ 등)은 해저 케이블망의 천연ㆍ인공 사고 리스크 분산에 목적을 두고 2010년대 이후 본격 구축ㆍ확장되었다.
*2 신호전송방식: DWDM(Dense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은 ‘고밀도 파장분할다중화’로 불리며, 빛의 파장(색깔)을 아주 미세 간격으로 쪼개, 광섬유 한 가닥에 수십~수백 개의 각기 다른 빛 신호를 동시에 실어 보내는 기술이다. 이 각기 다른 빛 신호에 데이터가 적재되는 구조다. SDM(Space Division Multiplexing)은 ‘공간 다중화’라 불리며, 케이블 내부의 물리적 전송 공간을 늘려 데이터 전송 용량을 극대화 기술이다. 요컨대, DWDM이 빛의 색깔을 나눠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기술이라면, SDM은 물리적 공간(코어 개수나 빛의 진행 각도)을 늘려 데이터 도로 자체를 넓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3 빅테크 기업: Google, Meta, Microsoft, Amazon 등이다. 이들 기업은 오늘날 세계 해저케이블을 직접 설치, 대다수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들 통신사에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늦추겠다고 압박할 개연성도 있다. 또 특정 국가와 미 기업/정부 간 심각한 갈등ㆍ분쟁이 생길 경우, 인터넷 데이터 통로를 단전(차단)하여 디지털 경제를 한순간에 고립시킬 수도 있다. 실로 외교적ㆍ경제적 실익을 예의 살펴 대처할 대목이다. 특히, 최근 주목할 건, 미국 정부의 안보상 이유(도청ㆍ정보ㆍ유출 우려 등)로 중국(화웨이 등)이 주도하는 해저케이블이 미국ㆍ우방국에 입륙(入陸) 못 하게 막았다고 한다. 소위 ‘중국 쳐내기’다. 이를 위해 기존 미국ㆍ홍콩ㆍ중국 노선을 불허, 홍콩을 우회해, 한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필리핀으로 통하는 우회 케이블을 건설 중이라고 한다.
*4 민간ㆍ국가 간 연합(컨소시엄, Consortium): 1980년 이전까지 대한민국은 자체 해저케이블이 없어, 일본을 거쳐 미국의 구리 해저케이블을 얻어 쓰는 더부살이 신세였다. 당시 국제전화 한 통 걸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건 이 때문이다. 1980년, 한국(당시 체신부/한국통신)이 일본과 함께 부산과 가라쓰(唐津)을 잇는 ‘한일 제1 해저케이블(KJ CABLE)’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저 통신망에 발을 들였다. 오늘날과 같은 ‘초고속 광케이블 컨소시엄’에 본격 합류한 것은, 1990년 완성된 ‘H-K-T(한국-홍콩-대만) 광(光)케이블’부터다. 1995년부터는 한국(KT)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아시아 전역을 잇는 거대 다국적 컨소시엄인 APCN(아시아ㆍ태평양 케이블망)과 FLAG(글로벌 해저 케이블망)에 주요 지분 투자자로 당당히 참여하게 되었다.
*5 이용료 지급: 한국의 통신사(KT, SK브로드밴드, LGU+)나 네이버ㆍ카카오 같은 IT 기업들은 세계적인 해저케이블 지분을 대량 보유한 공룡 기업에 지급했다. 예컨대, 미국의 AT&T, 일본의 NTT, 소프트뱅크 등이다. 최근에는 빅테크(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가 주도해 깔아놓은 최신 해저케이블의 데이터 통로를 빌려 쓰고 사용료를 낸다고 한다.
*6 해저케이블 수리선: 해저케이블 파손시 수리에 파견되는 전용선. 해안육양국에서 빛 신호를 쏘아 ‘몇 km 지점에 케이블이 끊겼는지 확인한 후, 전 세계에 대기 중인 수리선이 즉시 출동하고, 로봇 갈고리나 무인 잠수정(ROV)을 수천 미터 바다 밑으로 내려, 케이블을 건져 올려 수리한다고 한다. 인양 후 일일이 다시 이은 후 내려놓는데 며칠~몇 주가 소요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리 전용선으로서, 세계로호, 리스폰더호, 그리고 8,000톤급 수리선인 GL2002호를 보유ㆍ운용 중이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