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온천이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로 지정됐다. 1,400년의 역사와 최고 70.3℃에 이르는 온천수, 부산 도심 한복판이라는 접근성까지 갖춘 동래온천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소식을 마냥 축하하는 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온천도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관광객이 저절로 몰려오는 것은 아니다. 온천의 온도는 숫자로 측정할 수 있지만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온도는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결국 사람을 불러들이고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은 온천수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래온천은 오랫동안 부산 시민에게 익숙한 생활형 온천이었다. 몸을 씻고 피로를 풀고 돌아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관광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걷고, 쉬고, 먹고, 배우고, 건강을 돌보며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원한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이 보는 여행’보다 ‘얼마나 편안하게 머무는 여행’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래온천은 상당히 흥미로운 자원이다. 금정산국립공원이 있고 동래읍성이 있다. 역사와 자연, 온천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여기에 지역의 음식과 전통시장, 숙박시설을 연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침에는 가볍게 금정산을 걷고, 동래읍성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점심에는 동래의 음식을 맛보고, 오후에는 온천에서 몸을 쉬게 한다. 저녁에는 지역 문화공연을 즐기고 하룻밤 머문다. 이것이 바로 ‘동래온천 하루 관광’이 아니라 ‘동래에서 하루를 살아보는 관광’이다.
'동래온천, 1,400년 물에 100년의 관광을 담아야' AI 이미지.부산시가 추진하는 온천치유원과 온천복합체험시설도 이런 방향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시장은 시니어다. 노년층을 단순히 ‘관광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광 소비층으로 바라봐야 한다. 무리한 일정 대신 걷기와 휴식, 온천과 건강관리, 문화체험을 적절히 결합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동래온천은 부산의 대표적인 실버·웰니스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치유’라는 말을 관광 홍보 문구처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온천의 효능을 과장하거나 의료적 효과를 앞세우기보다 안전한 수중운동과 휴식, 건강관리 등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웰니스 관광의 핵심은 과장이 아니라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와의 연결이다. 관광객이 온천시설 안에서만 돈을 쓰고 돌아간다면 지역에는 제한적인 효과만 남는다. 온천장 주변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숙박업소, 문화시설까지 관광객의 동선이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온천도시’가 ‘지역경제 도시’로 이어진다.
1,400년 된 동래온천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온천수가 아니다. 이미 좋은 물은 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곳’으로, 다시 ‘걷고 먹고 배우고 머무는 곳’으로 동래온천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온천의 역사는 1,400년이지만 관광의 미래까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은 지금, 동래가 고민해야 할 것은 ‘온천도시가 됐다’가 아니라 ‘어떤 온천도시가 될 것인가’다. 동래온천의 물은 충분히 뜨겁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람을 다시 부산으로 끌어올 뜨거운 콘텐츠와 오래 머물게 할 도시의 이야기다. / 이상철(본지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