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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바다의 타임라인_네덜란드, 청어의 뼈 위에 세워진 제국(1)
  • 기사등록 2026-08-19 06:50:17
  • 기사수정 2026-08-23 1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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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훈 칼럼니스트필자의 ‘바다의 타임라인(time line)’ 네 번째로, 이번엔 ‘인물’이 아닌 국가, ‘네덜란드’를 올린다.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아 눈여겨볼 점이 있어서다. 반도 국가는 아니라도 유럽대륙변방에서 숱한 강대국 침략을 받았고, 대한민국의 반도 안 되는 좁은 땅덩어리(41,528㎢)인데도 남의 나라를 침범한 바 없었으며, 오로지 인력과 독창적 아이디어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제선진국(GDP 약 8만 불)이 되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네덜란드는 영국에 앞서, 17세기 세계 제일의 장사꾼이 된 나라다. 애초 국토의 절반 이상이 바다 수면보다 낮은 나라인데도 16세기 유럽의 강대국(스페인, 프랑스) 틈바구니에서 전 세계 많은 식민지를 얻고 또 영국에 앞서 해상(海商)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발트해(그림 1)

가장 흥미로운 건, 해상대국으로 가는 그 단초가 ‘청어(herring)’*1였다는 것이다. 이 어종은 냉수어에 속해 4~5℃가 생활 적수온인데, 14~15세기 소(小)빙하기*2가 시작되어 주 어장인 발트해(그림 1) 겨울 수온이 약 0℃ 가깝게 급격히 하강해 북해 쪽으로 서식지를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양어장 환경변화로 자국 앞바다에 청어 어장이 형성된 걸 국가융성의 기회로 삼았다. 


청어는 지방함유율이 높아 어획 후 쉽게 부패해 장기 조업이 곤란하고, 보관관리가 어려웠다. 그런데 14세기 말, 빌렘 보이켈스존(Willem Beukelszoon)이라는 어부가 ‘선상 염장법(Gibbing)’*3(어획 즉시 선상에서 어체를 처리ㆍ염장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 난제를 일거에 해결했다. 즉, 청어 육질의 고유 맛은 그대로 지니면서, 부패가 빠른 부위를 제거해 청어를 1~2년 ‘장기보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장기 신선식품’이 되면서 유럽 전역에 언제든 수출 가능한 ‘독과점 전략 상품’이 되었다. 더구나 외해 장기 조업이 가능한 어선(Haringbuis)을 개발해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청어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 유럽은 대다수 가톨릭 국가들이라, 종교적 이유(사순절 등)로 1년 중 140~160일 정도 육식(肉食)을 금했다. 따라서 이 기간에 생선(청어) 소비는 필수적이었다. 사실상 이 거대한 유럽 단백질 시장을 네덜란드가 ‘북해 청해 장기 조업’과 ‘선상 염장기술’로 독점하게 된다. 동시에 새로운 ‘제도도입(주식회사ㆍ다국적 동인도 회사 등)’으로 점차 전 세계의 해상물류를 지배하게 된다.  


 ‘플루이트 배(Fluyt, 그림 2)’또 17세기 들어서는 해상 패권의 주역인 ‘플루이트 배(Fluyt, 그림 2)’도 개발했다. 실로 최고의 상업용 선박이었다. 당시 덴마크가 징수하던 ‘해협 통행세’가 배의 ‘갑판 면적’을 기준 함에 착안하여, 갑판은 좁고 아래가 뚱뚱한 ‘항아리 모양’(Pear-shaped)으로 선박을 개조하여 대량 화물 수송(발트해 곡물, 목재 등)이 가능했고, 여기에 돛 조종 장치를 단순화해 최소의 인원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선박 제작단가를 낮춰 물류비용의 원가절감을 혁신적으로 증대시킨 것이다. 요컨대, 청어의 장기 조업 및 천연 품질 보존, 그리고 물류비용의 절감으로 해상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영국에서는 네덜란드를 일컬어 “청어의 뼈 위에 세운 제국”이라 하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건, 막대한 상선 건조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인류 최초로 혁신적인 ‘금융 제도’를 개발, ‘시민 자유투자 주식회사(동인도 회사, VOC)’와 ‘증권거래소’를 세운 점이다. 왕실과 대귀족의 자본에 의존하던 영국과 달리, ‘시장과 대중 자본을 모으는 시스템 개발’로 인구ㆍ자원 소국의 체급 한계를 뛰어넘었다. 실로 물고기 한 종(種)(청어)을 파고들어 ‘선상 염장법과 어선(Haringbuis)ㆍ상선(Fluyt), 그리고 신종 ‘산업ㆍ금융시스템’을 개발해 그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조선업, 해운업, 금융업, 그리고 해군력으로 확장한 ‘연쇄반응’은 한 나라의 발전에 ‘국가와 인적공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네덜란드, 청어 뼈위에 세워진 제국(1)' 인포그래픽 실로 네덜란드는 지정학적 한계를 ‘산업적 네트워크’로 극복한 전형적인 국가였다. 작은 영토를 무력으로 넓히는 대신 ‘바다를 매개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Hub)’가 되는 길을 찾았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물류’와 ‘중계무역’, 또 ‘열린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세계의 중심국이 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벤치마킹 모델일 것이다. 실로 전통적인 농업 생산력이나 인구수로는 영국이나 프랑스를 이길 수 없었기에 자국만의 새로운 ‘게임 룰’을 만든 셈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국가적 위업을 ‘1648년’ 독립될 때까지 숱한 ‘전쟁’ 속에서 얻어냈다는 점이다. 나라의 통일된 구심력이 없었다면 실로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16~17세기 네덜란드의 이러한 국운 융성도 영국과의 3차에 걸친 영란전쟁(1652~1674)의 패배로 급속히 무너진다. 재정적으로나 선박 수로나 영국에 절대 우세를 점했던 나라가 어떻게 무너졌을까, 그 과정을 살펴보자. (2부에 계속) 

 

*1청어(herring): 청어는 냉수어(4~5℃)로 표층에서 중층, 연안 저층까지 연직 이동(vertical migration)해 0~200m의 대륙붕 바다에서 가장 활동적이다. 특히 낮에는 고래, 대구 등과 같은 포식자를 피해 100~200m 이하의 수심으로 하강해 해저 면에 웅크리고 있다 밤이 되면 주 먹이인 동물성 플랑크톤(요각류 등)을 섭취하려 수면(0~10m) 가까이 대거 부상한다. 따라서 어획을 위해 밤낮에 따라 투망 수심을 조절해야 하고, 표층으로 부상하는 어류를 채포(採捕)하려 유자망(流刺網, Drift net)을 사용했다.  

*2소(小)빙하기: 최근 연구에 의하면, 14~15세기 발트해 청해 서식지가 북해로 바뀐 건, ‘북대서양 진동(NAO, North Atlantic Oscillation)’으로 알려진다. 이 현상이 대서양 편서풍 세기의 변동을 가져와 수온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청어의 주 먹이인 플랑크톤 군집이 북해 쪽으로 대거 이동해 청어 떼 역시 먹이를 따라 회유 경로(색이회유, feeding migration)를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참고로, 다른 해석도 있다. 수온 변화로 발트해 개체군은 전멸(멸종)하고, 북해에 살던 다른 종의 청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라는 것이다. 

*3선상 염장법(Gibbing): 청어를 잡은 즉시 작은 칼로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되 신선도 유지와 숙성을 돕는 유문수(幽門垂, pyloric caeca; 섭취한 플랑크톤을 빠르게 녹여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 부위만 남겨두고 소금에 절이는 방식임. 내장을 제거해 부패원인을 차단(장기보관 가능)하고, 유문수를 남김으로써 청어 육질의 고유 맛을 유지했던 게 기술의 핵심이었음.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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