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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4년 수필 기자 2024-12-10 08:25:54

수필가 이정자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새해가 엊그제 시작했는가 싶더니 어느덧 12월 중순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정말 황금 같은 시간은 쉬이 지나가는 것 같다.  립 밀러는 12월을 가리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문이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리는 내년의 가능성을 꿈꾸기에 좋은 시기다

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12월의 정신은 우리를 희망과 용기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도 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그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연말에 발표한다. 각론이 있긴 하지만 당해 대한민국의 현상과 한국인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022년에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 2023년에는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었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되었는데, 12월에 접어들어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이 선정될지 벌써 궁금하다.
 
 올해 대한민국을 장악했던 이슈를 묻는다면 대다수가 정치에 포커스를 둘 것이다. 그중 4월에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고, 다수의 국민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을 지지한 까닭으로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질타하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의를 수렴하지 않고 국민과 벽을 세웠던 독불장군식의 행정에 심판을 내린 것으로 분석해도 무리가 없다.
 
 국가의 정책은 절대 즉흥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발표한 4대 개혁 정책은 민생과 괴리가 있었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염려대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중이다. 의료 개혁은 의료계의 혼란과 환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고, 경제 논리로 접근한 교육개혁, 그리고 노동 개혁과 연금 개혁까지 국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함에도 국가의 책임 강화 대신 국민의 양보와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400원을 넘어버린 원달러환율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스피는 2,500선에서 오르락내리락 중이고, 소비자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흔히 듣는 소리가 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연말이면 누구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털어내고 새해의 희망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어둠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법인데 컴컴한 현실은 언제 걷힐지 도무지 짐작조차 버거운 12월이다.
 
 2016년 9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그해 연말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경험을 교훈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작금의 상황은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정치를 정치로 풀어내지 못한 피해를 왜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가? 묻고 또 묻지만 국민에게 돌아오는 정직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다.
 
 무너진 건물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거짓과 위선과 변명이 난무한 세상을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난제에 봉착한 상태다. 국가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힘을 모아도 부족한 지금, 개인의 안위를 위해 국가 시스템을 악용하는 세력으로 인해 국민의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다.
 
 202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벌여놓고 갈무리하지 못해 수습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책임져야 할 이들 대신 나라 곳곳에서 국민의 외침이 추위를 밀어내고 있다. 이러한 민의가 말하고자 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백공천창(百孔千瘡)’이 아닐까?
 
 옷이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갈기갈기 찢어져 못 쓰게 된 상태를 이르는 말로, 구멍투성이와 상처투성이, 온갖 폐단으로 엉망이 된 상태를 일컫는 백공천창(百孔千瘡)이야말로 2024년을 견디고 살아온 국민의 냉정한 시선일 것이다.
 
 분명 12월은 한 해의 끝이 아니라 크고 작은 가능성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나온 현실이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다가오는 새해 2025년 에는 모두가 '?'에 '!'로 흔쾌히 화답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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