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남부지방은 열대야로, 중부지방은 게릴라성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폭우에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30㎜가 넘는 소낙성 비가 쏟아지고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장마에 따른 피해도 걱정이지만 이후에 찾아오는 무더위도 대비해야 한다.
올해는 예상보다 덥지 않다지만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28일과 29일 낮 기온이 섭씨 33도를 오르내리면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매년 무더위와 맞물린 걱정거리가 전력 수급이다. 냉방 제품이 총 가동되는 무더위는 기업과 가정 모두 전력 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기관을 비롯, 업소에서는 전력낭비를 최소화하는 등 절전 생활화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개개인도 언제든 전력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물 쓰듯 전기를 낭비해선 안 된다. 안 쓰는 전기 플러그는 뽑아놓고 불필요한 전원은 끄는 등 일상에서 절전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여름철 전력수요의 25%를 차지하는 전기 냉방기 줄이기도 급선무다.
전력수급이 이처럼 아슬아슬한데도 우리주위엔 아직도 정부의 에너지 절약시책을 외면하는 곳이 너무 많다. 단속이 있지만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는 줄지 않고 있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대 정전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급을 일거에 늘릴 수 없으니 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TV를 시청할 때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고, 선풍기 대신 창문을 열어 놓거나 부채를 부치는 것도 정전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냉방 실내온도를 26도나 27도 정도에 맞추어도 견딜 만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절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지난 28일 한국전력공사는 '전력수급 비상훈련'도 전력 비상 상황을 대비한 모의 훈련으로 실시했다. 이상고온으로 전력 수요가 많이 발생해 발전기가 갑자기 고장 나면서 전력 예비력이 최대 250만㎾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전력 예비력이 250만㎾ 이하로 떨어지면 '경계' 단계가 발령되고, 긴급 절전 약정고객에 수요조정 조치를 통해 예비력을 확보한다.
전력대란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력의 수요 관리도 중요하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체는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잘 따르고 전력 사용량을 의무 감축하는 등 다양한 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가동률도 줄이고 피크시간대 설비 사용을 자제하면서 위기를 이겨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생산 역량을 무한정 위축시킬 수는 없다. 때문에 가정을 비롯한 공공기관 업소 등에서의 전기절약이 필요한 것이고, 절약된 전기는 산업에 큰 보탬이 된다. 전력 수요의 피크시기에 100만kW만 절약해도 원전 1기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예비력 변동을 가정해 대용량 고객 대상으로 절전 협조 등 단계별 대응 조치를 차례로 시행한다. 기상 전망을 통해 예상하는 올해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8730만∼9080만㎾ 안팎이다. 피크 시기 전력 공급 능력은 1억19만㎾, 예비력은 1289만㎾(혹서 시 939만㎾)이다. 다행히 예비 전력을 충분히 확보해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전은 별도로 729만㎾의 추가 예비 자원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래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력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공급설비 이상이나 기온 변동에 따른 폭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전력 수급이 원활치 못하면 경제는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이미 과거 사례도 있다. 충분히 예비 전력을 확보하고 모든 시나리오를 감안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력은 미리 대비한 만큼 위기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마에 따른 피해도 최소화해야겠지만 이후 찾아오는 무더위에도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단순한 불편함과 경제적 피해를 넘어 사람의 생사와도 직결되며 산업도 일시적인 마비가 오는 등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차제에 이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단기 및 중장기 방안을 꼼꼼히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