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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근의 역사 다시 읽기4] 역사와 교육의 차이
  • 기사등록 2026-06-08 17:33:05
  • 기사수정 2026-06-08 17: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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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그동안 대한제국의 멸망과 근대사를 ‘피해자와 외세’라는 하나의 익숙한 프레임 안에서만 바라봐 왔는지도 모릅니다. 본지는 역사 교과서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박제된 기억 뒤에 숨겨진 날것의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부경대학교 사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국채보상운동 학술자문교수로 활동해 온 역사학자 허태근 교수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우리가 미처 묻지 못했던 대한제국 망국의 진짜 원인과 ‘기억의 정치학’을 총 4부(13장)에 걸쳐 연재(주 3회)합니다. <편집자 주> 


지은이: 허 태 근 

ㆍ부경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졸업(문학박사)

ㆍ전) 부경대 사학과 교수

ㆍ사) 국채보상운동 부울경 학술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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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1장. 교과서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

  •          ④ 역사와 교육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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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역사를 배우는 것을 곧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시험을 치고, 교과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익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역사와 교육이 본질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믿는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역사는 본래 질문하는 학문이지만, 교육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준과 질서를 먼저 고려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시 묻는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왜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했는가.

왜 기록은 서로 다르게 남겨졌는가.

왜 어떤 사실은 강조되고 어떤 사실은 사라졌는가.

역사는 단순히 사건을 암기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권력, 사회와 제도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역사에는 완전한 종결이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면 해석은 바뀌고, 시대가 변하면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게 된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학문이다.


반면 교육은 조금 다르다.

교육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과 방향을 필요로 한다. 국가가 교육을 운영하는 이유 역시 단순한 지식 전달 때문만은 아니다. 교육은 한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와 기억을 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육은 본능적으로 안정성과 공통성을 추구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논쟁보다는 정리된 설명을 선호하고, 혼란보다는 통합된 서술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와 교육의 긴장이 시작된다.

역사는 질문하려 하고, 교육은 정리하려 한다.

역사는 복잡성을 드러내려 하고, 교육은 이해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 한다.

역사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교육은 일정한 기준을 유지하려 한다.


교과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과서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 가운데 일부를 선택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복잡한 정치적 갈등과 인간의 모순, 기록 사이의 충돌은 종종 단순화된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역사 속에서는 수십 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던 사건도 교과서 안에서는 몇 줄의 문장으로 압축되곤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압축된 설명을 역사 전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대한제국의 멸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교과서는 오랫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국제정세를 중심으로 서술해 왔다. 물론 그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 속에는 훨씬 복잡한 내부 구조가 존재했다. 권력 집중, 재정 운영의 왜곡, 관직 거래, 행정 시스템의 붕괴, 궁내부 재정 문제, 권력 사유화 같은 내부 구조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교육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통합적인 서사를 우선시하면서 외부 침략 구조를 중심축으로 삼아 왔다.


이것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교육은 국가 정체성과 연결된다. 미국은 건국 정신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강조하고, 프랑스는 시민혁명과 공화주의 전통을 강조한다. 중국은 민족 수난과 국가 부흥의 흐름을 중심으로 근대사를 구성하며, 일본은 근대화 성공과 국가 발전의 흐름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각국의 교육은 단순히 과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어떤 국가 의식을 가지길 원하는가를 반영한다.


그래서 교육은 본질적으로 선택의 작업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먼저 설명할 것인가.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무엇을 상대적으로 축소할 것인가.

결국 교육은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방향 속에서 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교육은 때로 역사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교육은 사회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체계이다. 만약 학생들에게 모든 역사적 논쟁과 사료 충돌, 복잡한 해석 구조를 그대로 전달한다면 오히려 역사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교육은 방대한 역사를 일정한 틀 속에서 이해 가능하게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 틀이 절대적 진실처럼 굳어질 때이다.


역사는 원래 하나의 시선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학문이다.

같은 사건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승자의 기록과 패자의 기록이 다르고, 지배층의 시선과 민중의 시선이 다르며, 외교문서와 개인 기록이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 『일본외교문서』 등을 함께 읽어 보면 동일한 사건조차 매우 다른 분위기 속에서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은 역사와 교육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교육은 하나의 길을 제시하지만, 역사는 수많은 갈림길을 보여준다.

교육은 사회적 기준을 위해 정리된 설명을 제공하지만, 역사는 그 설명의 이면에 숨겨진 질문들을 다시 꺼내 놓는다. 그래서 진정한 역사 이해는 교과서를 외우는 순간이 아니라, 교과서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왜 이 사건은 이렇게 설명되었는가.

왜 어떤 인물은 영웅이 되었는가.

왜 어떤 기록은 침묵 속에 남겨졌는가.

왜 같은 사건인데 시대마다 평가가 달라지는가.


바로 이러한 질문이 시작될 때 역사는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학문이 된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한 설명만을 원한다. 복잡한 역사보다는 선악이 명확한 이야기를 선호하고, 긴 맥락보다는 짧은 결론을 원한다. 하지만 역사는 본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선택과 권력의 움직임, 시대의 구조와 국제 질서가 서로 얽혀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교육의 진짜 목적은 단순한 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통해 질문하는 힘을 배우는 것.

기록을 비교하는 시선을 배우는 것.

권력과 기억의 관계를 읽어내는 것.

그리고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것.


역사와 교육의 차이 이해 삽화 이미지바로 그것이 교육을 넘어 역사로 나아가는 길이다.

결국 교육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체계이고, 역사는 그 체계를 끊임없이 다시 질문하는 학문이다. 교육이 질서를 만든다면, 역사는 그 질서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교육이 하나의 설명을 제시한다면, 역사는 그 설명 뒤에 숨겨진 수많은 침묵과 갈등을 다시 꺼내 놓는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아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우리가 어떤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일이다.


 "본 연재물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향후 단행본 출간을 전제로 일부를 선공개하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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