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전경.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부족한 지방간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연구진이 인체 부담을 최소화한 ‘저선량 방사선(LDR)’을 활용해 지방간질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암 치료 중심의 방사선 활용 개념에서 벗어나, 낮은 강도의 방사선이 인체 회복 반응과 염증 조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의료계에서는 지방간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은 간·담·췌 연구팀이 참여하는 ‘저선량 방사선(Low Dose Radiation·LDR) 기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 치료 플랫폼 개발 연구’가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원 연구개발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간이식·간·담도·췌장외과의 정보현·정용규 교수, 소화기내과 허내윤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조선미·전재완 교수 등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기초연구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연결하는 다학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간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질환으로, 최근 비만·당뇨병 증가와 함께 환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증상이 악화될 경우 지방간염, 간경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체중 감량과 식습관 개선 외에 뚜렷한 근본 치료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일반적인 암 치료에 사용되는 고선량 방사선 대신 인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선량 방사선에 주목했다. 기존 일부 연구에서는 낮은 강도의 방사선이 세포 손상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회복 반응과 항상성 유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해운대백병원 간·담·췌 연구팀. (왼쪽부터 정보현·정용규·허내윤·조선미·전재완 교수) 연구진은 전임상 단계에서 지방간질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사 변화와 염증 반응을 분석하고, 저선량 방사선이 이러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 표적과 바이오마커 발굴 가능성도 함께 탐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 기초 실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치료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방식으로 추진된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검토해 지방간질환 치료의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성공할 경우 지방간질환 치료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대사질환 증가로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약물 중심 치료를 넘어 염증 조절과 대사 회복을 유도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방사선 활용 치료에 대한 장기 안전성과 적정 조사량 검증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저선량 방사선이 실제 임상에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와 장기간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연구팀은 “지방간질환은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저선량 방사선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 임상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