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 칼럼니스트
홍철훙 부경대 명예교수
(해양물리학. 어장학 전공)
‘바다를 경제 공간화하자’ 해서 결코 바다를 망쳐선 안 된다. 바다가 망가지면 당장 해양환경이 망가지고 가깝게는 우리 식단(食單)도 망가지겠지만, 끝내는 지구환경도 망가져 동식물은 물론 인류가 망하는 사태가 올까하는 두려움이다.
바다를 망치고 있는 그 단적인 예가 ‘바다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이다. 1997년 북태평양(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중간)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조사에 의하면 2011년쯤엔 남한 면적 절반(약 5만㎢)이었던 게 2018년엔 한반도(약 20만㎢)의 약 7배(155만㎢)를 넘어 지금은 약 15배(310만㎢)로 늘었다 하니 그 확장속도가 실로 무시무시하다. 흔히 ‘쓰레기 섬(garbage island)’이라 불리나 실은 ‘쓰레기 띠(garbage patch)’인데, 2018년 조사에 의하면 그 구성물질의 99% 이상이 ‘플라스틱’이라 한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왕국’인 셈이다. 놀라운 건, GPGP뿐만 아니라 남태평양, 남북 대서양, 인도양 등에도 존재하여 다 합치면 지구 해양 표면의 약 3∼6%라고 한다. 또 최근 조사에서는, 연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유입되어 바다 자정(自淨) 능력보다 훨씬 웃돈다 하니 심히 걱정된다.
GPGP는 왜 생겼나? 이는 북태평양 해류 순환계와 관계가 깊어, 전호(前號) ‘바다의 강 해류’에서 언급했듯이, 쿠로시오->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 적도 해류-> 쿠로시오로 이어지는 시계방향의 북태평양 해류 순환 흐름이 쓰레기를 한가운데로 밀어 넣고 못 빠져나가게 하여 생긴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대부분이 아시아와 북·남미 해양 연변 국가들에서 유출된 플라스틱, 비닐봉지 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이 해류에 휘말려 GPGP 중심으로 모였다는 것이다. 특히 그 절반이 ‘플라스틱 합성 어구 그물’에서 파생되어 인간의 어업활동과 크게 관련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5mm)’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해양생물 내에서 검출되고 생물농축(bioaccumulation)을 통해 인간에게 역유입된다는 것이다. 2015년 영국의 한 연구소(PML)는 대서양 플랑크톤의 약 34%에서 검출되었는데 위장을 막아 영양분 섭취방해로 플랑크톤 수가 감소한다고 보고하였고, 2017년 벨기에 대학은 식용 홍합 100g당 약 90∼100개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국립수산과학원이 국내 유통 조개류 50% 이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렇다면 ‘쓰레기 섬’은 과연 여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실로 작지 않을 것이라 추측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역유입되어 유해(有害)하다는 조사보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 지면 관계상 생략하나, 장기(臟器) 염증, 조직손상, 태아 면역체계 약화, 장 질환, 뇌 신경계나 내분비계 등 전신(全身)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공(可恐)할 만한 일이다. 오죽하면, 2019년 WHO는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위험성이 있고 예방이 최선”이라 경고했을까.
최근에는 ‘기후와의 잠재적 관련성’도 주목된다. 바다는 지구 에너지의 약 90% 이상을 흡수하는 ‘열 저장소’인데, ‘쓰레기 섬’은 마치 바다 표면을 뚜껑으로 덮은 모양새이니, 해수 표면에서 기화(氣化)나 복사(輻射)작용을 방해해 열 교환 체계가 교란되고 특히 플라스틱의 색상과 분포밀도에 따라 바다보다 반사율(알베도)이 높거나 낮아지면 열 흡수율에도 변화가 생겨 해수 온도가 상승하거나 하강할 수도 있다. 또 열대/아열대 해역에서라면 강수(降水) 패턴이 무너질 수도 있다. 더욱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하여 탄소 흡수량을 감소시켜 기후변화를 가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종래에는 주로 생태계 관련 연구였던 것이 근년에는 기후 시스템과의 관련성 연구로 옮겨가고 있다 한다. ‘쓰레기 섬’은 그야말로 ‘바다의 암(癌) 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