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효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전통적인 유교사회 속에서 우리가 으뜸으로 삼은 덕목 중 하나가 효(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어버이를 섬기는 효를 근본으로 여겼고 자기를 낳아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해드리는 효를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로 여긴 것이다.
우리는 효를 실천하는 이를 효자. 효녀로 칭송했고 조선시대 임금은 효자가 있는 마을에 정려문(旌閭門)을 세워 효를 널리 알리고 오래도록 기려줬다. 그러기에 효의 실천은 인륜도덕이 근간이 되는 대가족제도 속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정신으로 계승돼 왔고 우리는 이렇게 효의 실천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선 말 국운이 다해 왕조가 몰락하고 시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환기를 맞았다. 더구나 광복 후 근대화 과정에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노력과 함께 민주화를 이뤄내 압축 성장을 하면서 기존 질서가 파괴되고 가치관이 전복되는 혼돈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효에 대한 관념도 많이 허물어졌다. 효의 실천은커녕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과 혼인관계의 신뢰가 엷어지면서 요즈음 들어선 인륜이 파괴되고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급성장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신문화적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첫, 근면 성실하다. 둘째, 교육열이 강하다. 셋째, 가족주의 공동체 질서가 중요하다. 모두가 유교적 전통문화의식과 깊게 관련됐다. 근면 성실은 부모부양과 가족생계의 필수요소로 작용했고 삶의 터전인 농지와 가축을 팔면서까지 자녀 교육에 매진한 것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신분 상승을 통한 가족과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고 때론 온갖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고생을 감내한 것은 부모형제 가족을 위한 개인적 희생이었다.
이런 문화풍토 속에서 자녀가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뤄진다. 라는 말이 소중한 가치로 회자됐다. 결국 유교사회가 추구했던 근면, 성실, 교육, 가족주의 이면에 효 문화가 자리했고 그것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통계가 눈길을 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중국이 추가되었다. 역시 명절 때마다 조상과 가족을 찾아 민족대이동을 기꺼이 치르는 가족주의 효 문화권 국가들이다.
서구적 개인주의 사회는 개인을 위해 공동체가 존재할 뿐 공동체를 위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아시아 효 문화권 국가들은 개인보다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를 우선하는 의식이 강하다. 개인의 이름보다 family name, 곧 성씨를 앞세우는 국가들이다.<효>는 부모에의 사랑이고, 존경과 감사, 그리고 공경이다.
<효>는 그러나 알게 모르게 더 광범하게 영향권을 형성하고 있다. 부부애와 형제자매의 우의도 부모와의 공경심과 연결돼 있고, 친족관계와 향수도 부모에의 정과 떼어놓기가 어렵다. 더 확대해서는 공동체와 나라에의 충정도 효심과 동질의 정서, 신념을 공유한다고 봐야 한다. 효심이 엷은 사람에게서 진정성 어린 사회관이나 국가관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는 상호불신에 따른 가짜뉴스가 만발하였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움츠린 사회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제 정파, 세대, 이념간 깊어진 골을 화끈하진 않지만 잔잔한 효 문화로 메꿔야 하며 앞으로는 사랑과 공경의 효 문화를 되새기며 상호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