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희 기자 기자
지난달 16일 진행된 하 안토니오 몬시뇰 신부 고별식.(사진제공=천주교부산교구) |
천주교 부산교구 원로사제인 ‘독일인 신부’ 하 안토니오 몬시뇰(가톨릭 명예 고위 성직자)이 지난달 14일 95세 일기로 선종했다.
그는 1922년 10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베르팅켄이라는 시골마을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통신병으로 징집된 후 전쟁포로로 잡혀 3년 7개월간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다.
1948년 독일로 돌아온 후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독일 지베르트 신부에게 남한의 어려운 상황을 듣고 부산행을 결심, 1958년 4월 사제서품을 받은 지 3개월만에 일본에서 화물선을 타고 한국땅을 밟았다.
부산 남구 우암동 동항성당 1대 신부로 부임한 그는 우암동 판자촌에 정착한 뒤 58년간 부산에서 평생을 빈민구제와 교육사업에 헌신해 ‘가난한 자들의 대부’로 불렸다.
사재를 털어 밀가루와 옷을 구입해 피난민에게 나눠주고 전쟁고아를 보살폈다. 1965년 가난한 학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기술학원(현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을 설립했고, 1977년엔 조산원을 세워 신생아 2만6000여명이 거쳐갔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가톨릭교회의 명예 고위 성직자(Prelate of Honour)인 '몬시뇰'에 임명됐다. 2011년에는 부산 명예시민이 됐고, 2015년에는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