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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이 '산업의 쌀'이란 별칭이 붙은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아마 철강은 모든 산업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도, 선박도, 가전제품도, 하물며 아파트도 철강 없이는 만들지 못한다.

국내 철강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해왔던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수십 년 간 국내 주요업계의 '슈퍼 갑'으로 불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철강재가 부족했던 시절 모든 제조업체들은 포스코에만 매달렸고, 포스코가 부르는 게 곧 값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눈 밖에라도 나면 철강재를 받을 수 없었다. 포스코 직원의 눈치 보는 게 하루 일과 중 가장 핵심적인 업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요즘 포스코 사람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무슨 소리. 세상이 바뀐 지 오래됐다. 철강회사와 업계간의 갑을 관계는 이미 역전됐고, 적어도 주요 업체들에 대해선 오히려 철강사가 '슈퍼 을‘"이라고 귀띔했다.

철강사들을 '절대 갑'의 지위에서 끌어내린 건 글로벌 공급과잉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제철의 생산으로 공급량이 크게 늘었지만, 무엇보다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철강시장을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바꿔놓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0년 1억3,800만톤 수준이던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2010년 이후 6억8,000만 톤으로 무려 5배나 급증했다. 여기에 한국, 일본 등 철강 강국들도 증산 대열에 합류하며 동아시아 철강시장은 2008년부터 공급과잉이 됐다. 제조업체들로선 포스코가 아니라도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 얼마든지 철강을 구할 수 있는 터라 갑을관계의 역전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갑을의 재역전, 그리고 나아가 포스코의 슈퍼갑 지위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를 제1과제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분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전방산업의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작금의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국산과 차별화를 꾀하고 중국산 불공정 제품 유입을 막는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그리 명쾌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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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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