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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가을이 울기 전에 여행을 떠났다. 외로운 가을을 품어야 하기에 새벽같이 지리산으로 향했다. 청량한 하늘과 바람이 맞닿는 그 곳에 지리산이 있었다.

숲에 이는 바람은 잠자는 나의 뇌를 깨우고, 내 자신을 만나게 하고, 내 무딘 영혼의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름을 안타까이 보내는 처절한 지리산의 공기는 여유가 있어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느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살갗에 닿는 낯선 공기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랄까? 낯선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유전자를 느끼곤 한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한 만남의 도돌이 표. 내 자아를 찾기 위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했다는 함양 상림은 연인들의 다소곳한 데이트 장소로 손색이 없다. 얌전하고 다정한 오솔길과 연못에 핀 연꽃무리들이 아름다이 반겨주는 그 곳에서, 낭만과 또 다른 추억의 꿈틀거림을 본다. 홍수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조성되었다는 숲, 그 숲에서 절대적인 인간의 사랑과 믿음을 느낀다.

정령치 마애불상군은 세상의 온갖 시름을 대신하듯 자애로운 미소로 억겁의 세월을 지켜온 보습이다. 신선이 노니는 별천지같은 용유담과 9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래되는 구룡폭포에서 만난 용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482계단을 오를 수 있는 기운을 되찾게 해준다. 돌아 오는 길에 만난 쉼터같은, 하얀 이삭을 드러낸 억새군락은 짙푸른 하늘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곳에서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의 한 컷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여운을 남긴다.

여행이란 새로움을 만나는 것이라 했던가. 춘향전이 촬영되었다는 서어나무숲에서 만난 광고촬영은 여행이 주는 신선함을 느끼는 자신과 만난다. 동편제의 창시자 송흥록 명창이 태어난 비전마을에서 명창 박초월 생가를 만나게 됨은 여행이 주는 소박함과 정갈함이다.

여행은 익숙한 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고, 전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흙 위에 평화로이 잠들어 있는 돌멩이, 풀벌레의 노래가 흐르는 풀 한포기, 형형색색의 색상을 자랑하는 들꽃. 이 모든 것들이 가슴을 뛰게 한다.

소박한 자연과 함께라면 정숙하고도 평화스럽게 된다. 홀로 자연 속에 안기면 자신도 모르게 풍부한 영감을 얻는다. 더 이상 이 곳에서는 타인에 대한 노여움이나 욕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발목을 잡는 사소한 것들을 버리고 온전한 자신을 만나는 일뿐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 난 행복하기 위해 오늘도 여행을 꿈꾼다. 지리산 둘레길과 같이 숨쉬고, 느끼고, 바람과 얘기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신선한 추억이 인생의 사진첩에도 영글어 숨쉴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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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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