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어금니 아빠’ 자전거 전국일주,무릎인대 파열로 결국 실패…“4월 재도전”
  • 기사등록 2007-03-23 00:00:00
기사수정
성장이 멈출 때까지 얼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백악종'. 성인이 될 때까지 종양과 얼굴 뼈를 계속 잘라내야 살 수 있는 희귀병을 세살배기 딸 아연이에게 물려주고 만 이영학(25)씨.<쿠키뉴스 2006년 11월13일,12월15일,12월24일 보도>

이 몹쓸 병을 세상에 알려 아연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이씨는 지난해 12월25일 자전거 전국일주를 시작했다. 60일 동안 자전거로 2500km를 달리며 홍보전단을 배포한다는 계획은, 그러나 약 보름만에 중단됐다.

서울∼강릉∼부산

이영학(25)씨는 지난해 아연이(3)를 위해 무모한 전국 일주를 감행했다.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나고 또 성장이 멈출 때까지 얼굴뼈를 잘라내고 또 잘라내야 하는 거대백악종. 그 병을 앓고 있는 딸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시작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 병을 앓았던 이씨에게 2500km 거리의 자전거 일주는 무리였다. 무릎 인대가 파열돼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씨는 다음달 초 절반의 일주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또 일정을 무사히 마친 뒤 자신의 골반 뼈를 딸 얼굴에 이식할 예정이다.

◇ “완주 못해 미안하다”… 아빠의 눈물

이씨는 지난해 성탄절 60일 전국 완주를 목표로 서울에서 페달을 밟았다. 100kg에 달하는 홍보 팜플렛을 수레에 실어 몸은 무거웠고 가방에 넣어 둔 물이 얼어버릴 정도로 날씨는 추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응원에 대답을 해 줄 수 없을 만큼 기운이 떨어졌다. 그러나 힘든 순간마다 딸의 이름이 탄식처럼 터져 기운이 솟았다.

중간에 고비도 많았다. 걸핏하면 오른쪽 무릎에 경련이 와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보름의 일정동안 병원 신세를 3번이나 졌다. 일부 구간에서는 하행 길에 구급차가 대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획했던 목표의 절반을 달리자 몸에 이상이 왔다. 1200km를 달린 뒤 무릎 통증과 감기 증상이 악화돼 더 이상 일정을 진행 할 수 없었다. 울산을 기점으로 이씨는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이씨는 무릎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다리에 연골이 없는 상태라 인대 파열은 보통 사람보다 더욱 쉽게 찾아왔다.

이씨는 “서울로 돌아오는 응급차에서 누워 아이 생각에 눈물을 흘렀다”면서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하는 자책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한 인터넷 업체에 도움을 받아 아연이 홈페이지(www.ayun.co.kr)를 새로 단장했고 아버지 등 오래전에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합쳤다. 몇몇 방송국에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또 몇 달 후면 부녀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 출간된다.

이씨는 4월초 절반의 전국일주에 다시 오른다. 요즘은 무릎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아연이도 분홍색 네발 자전거를 타고 아빠와 연습을 함께한다.

◇ “아이 얼굴에 제 뼈 넣어줄 생각에 잠도 설쳐요”

21일 만난 아연이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래 아이보다 더 예쁜 얼굴이었다. 그러나 아연이의 얼굴은 언제 또 형체를 잃을지 모른다. 성장하면 할수록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백악질이 과도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술을 해 종양을 제거 할 수도 없다. 턱 뼈를 잘라낼 경우 이를 지지하는 뼈가 없어 얼굴이 무너져 내린다. 종양이 제거된 아연이 얼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턱뼈가 필요하지만 아연이의 다리뼈를 잘라 이식하기엔 아연이가 너무 어리다.

그래서 이씨는 자신의 골반 뼈를 아이의 얼굴에 이식해 줄 생각이다. 전국일주를 마치면 이씨와 아연이는 서울대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는다. 아연이의 병 진행 상태를 확인하고 이씨의 골반 뼈를 아연이에게 이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요즘 아이에게 자신의 왼쪽 골반 뼈로 아이의 잇몸과 턱 뺨 등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부풀어 있다.

이씨는 “아이 얼굴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기쁨도 크지만 아픔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07-03-23 00:00:00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양야금공업
원음방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