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전 만장일치로 통과했던 학습선택권 조례가 폐기 되자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와 부산시민운동연대 등 진보단체들이 성명을 내는 등 시의회를 강하게 비난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학습선택권 조례가 폐기되자 조례안에 서명했던 교육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반대에 앞장선 데 이어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의원의 자질과 역할에 대한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수개월에 걸쳐 학교 현장의 설문조사, 교육청 담당자와 업무협조, 시의원간 논의, 법률 자문 등을 거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를 다시 부결시킨 것은 시의원의 무소신을 드러낸 비겁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단체들은 "문구 하나까지 검토했던 교육청이 조례안 통과 이후 뒤늦게 재의결을 요구하면서 직무유기를 했고, 시의회는 일부 학부모 단체와 교원단체의 압박에 직무유기를 방조한 셈이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시당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안을 두달만에 스스로 뒤집어 부결시킨 사태는 의회가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례안 재상정을 앞두고 새누리당 소속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해당 지역구 시의원에 조례안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의회 역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학습선택권 조례안에 대한 내용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시의원이 알아서 기권을 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지방의회 역할의 한계를 시인했다.
또다른 시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조례안은 본회의에서 대부분 그대로 통과시키는 관례가 있기 때문에 학습선택권조례안에 대해 애초 상당수 시의원이 조례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던 잘못도 있다"면서 "특히 조례안에 찬성 서명을 했던 교육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자로 나서면서 무소신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자 시의회는 교육청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석조 의장은 "조례안을 만들려고 올해 초부터 수개월간 준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청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에 재의결을 요청했다"며 "재의결 요청 후에도 시의회를 설득하기보다 학부모 단체 등을 동원해 반대여론을 조장하는 데 열을 올렸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일권 교육의원은 "같은 내용의 조례안에 대해 한 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한 번은 부결됐기 때문에 다시 수정 조례안을 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일단 현행 제도 안에서 교육청이 교육 수요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안은 지난 5월 시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나 교육청의 재의결 요청으로 지난 24일 재상정됐고, 표결 결과 찬성 의원이 3분의 2를 넘지 못하면서 2개월만에 번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