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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32년을 소방에 몸담은 소방관 - 정년을 8개월여 앞두고 영원한 ‘화이어맨’ 다짐 -
  • 기사등록 2007-1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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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991년 소방법을 개정하면서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제정, 1962년까지의 행사를 하나로 묶어 전국적 행사로 전환된 1963년을 제1주년으로 환산해 이후 ‘소방의 날‘기념식 및 행사를 하고 있다.

오는 11월9일은 ‘제45회 소방의 날’로 소방인들에게 의미가 있는 날일 수 있다.
지금까지 선배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국민과 가장 근접한 봉사하는 공무원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타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수준 등이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져 여론과 국회 등에서 소방인들을 위한 배려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해보다 특별한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만32년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내년 정년퇴임해야 하는 대전광역시소방본부(본부장 신현철)남부소방서 산성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최병희(56)센터장을 만나 소방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만32년 동안 일선현장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1996년 9월 5일 영보화학 화재 시 출동한 모든 차량의 물을 모두 쏟아 부어도 꺼지지 않아 꼬박 2~3일을 진압한 후에야 간신히 불길을 잡은 화재와 동년 10월 충남방적화재 당시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는 벽들 사이로 두려움 모르고 진압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가 속한 소방조직에 항상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고취하자”며 “조직의 발전은 조직 스스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각각의 개개인이 꾸준히 노력하여 선진 소방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후배 소방관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최병희 센터장의 소방 30여년을 회고하는 독백
소방30여년을 회고하는 최병희 센터장 ⓒ 송인웅
이제 소방에 입문한지 어언 30여년이 넘어섰습니다. 뒤돌아 보니 그동안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고 남은 것이라곤 가버린 청춘과 늙은 나의 모습에서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이 오늘은 웬지 더 초라하게 보입니다.

최근 언론보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시각과는 달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에 대해 같은 공직자로서 내뱉어서는 안 될 지자체 공직자들의 발언에서 소방이 지자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열악한지 안타깝고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진정한 모습은 아닐 것이나, 지자체에 소속된 소방조직에 대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방조직과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환경이 정년을 목전에 둔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국민이 바라는 안전과 소방에 대한 기대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소방조직은 힘의 논리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어 짓눌리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공직사회 내부의 기본적 인식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안전문화가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부처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수립되고 이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중앙과 지방이 이원화된 조직으로는 각종 재난과 재해의 현장대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머리와 몸통이 하나가 된 조직으로 거듭나 진정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현장대응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소방청에 대한 소방인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새로운 정부에 많은 기대를 해봅니다.

소방입문 이후 현장에서 모든 청춘을 보낸 사람으로서 현장이 가장 우선시 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방인에 의한 조직과 정책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내부로 눈을 돌리면 그러한 말을 한다는 것도 사실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행정업무를 보는 부서가 우선시 된다는 것은 현재의 소방조직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로서 이제는 변화되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내부적인 변화도 없이 어떻게 외부에 변화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부적으로도 현장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작년에 도입된 근속승진에 상부의 배려로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나 개인적인 사심 없이 이 문제와 관련하여 ‘소방발전협의회 운영진’으로 나름대로 국회 등을 방문하여 소방의 어려움을 호소도 하여보았고 이후 현재도 지속적으로 조직발전과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하여 미력하나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27일 공포된 소방공무원의 보훈관련 법률로 경부 고속도로에 출동하여 돌아오던 중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후배의 유족이 혜택을 본 것에 보람을 느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내지 회부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소방공무원에게도 허용되는 직장협의회 구성과 관련한 법률안이 꼭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99년부터 일반직공무원 등은 직장협의회를 운영하였으며, 2006년부터는 노동조합까지 구성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은 국제노동기구가 우리정부에 대한 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결권’을 인정하라는 것이 국제적 기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소방공무원에게도 직장협의회 정도는 허용하여 자신들의 일반적 고충사항 등을 토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며, 이를 통하여 더욱 성숙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직장협의회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여 조직발전과 처우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기가 저하된 조직과 조직원이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형평성에 준하는 근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여건조성이 어려운 것은 공직사회에 부는 인력감축과는 반대가 되는 정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방치만 할지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이번 정기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소방공무원의 수명이 가장 짧게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24시간 교대근무에 따른 신체 불일치에서 오는 현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해봐야 할 사안으로 그 심각성에 많은 우려를 합니다.

근무개선도 안되고 그렇다고 처우개선도 안되면 소방공무원은 누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해야 합니까?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간외 근무수당이 소방공무원에게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당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지자체는 반성해야 합니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소방공무원에 대해서 홀대를 해도 되는지 되묻고 싶으며 때가 되면 근무여건 및 수당 등 차별적 요소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도 고려해 보려합니다. 또한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제도적인 문제도 계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책임회피성 답변뿐입니다.

정년이 8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지나온 세월동안 그래도 커다란 부침없이 이렇게 왔다는 것은 주위 동료여러분의 도움과 격려가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못난 가장을 끝까지 믿어주고 가정을 이끌어준 처와 큰 탈 없이 자라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국의 소방동료 여러분! 우리 모두 소방조직과 소방인의 발전을 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안전문화 정착과 국민의 안전지킴이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합시다. 여러분
 
다음은 최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Q. 현직으로서는 마지막 소방의 날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소방에 입문하신 게 언제인지요?
-1976년 7월 20일입니다.

Q. 내년이 정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언제 정년퇴임하는지요?
-2008년 6월 30일입니다.

Q. 그동안 오랜 세월을 소방과 함께 하였는데 잊지 못할 사건이 있으면 두가지만 소개해 주시죠?
-1976년도에 소방원으로 발령받아 오늘에 이르러 당시를 회고하여 보면 다 떨어진 방수복과 방수화를 착용하고 현장작업 시에 방수화 속에 물이 들어와 발이 시리고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관창을 잡고 입으로 손을 녹이며 화재 진압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물론 당시에는 공기호흡기도 개인별 지급이 되지 않아 화재진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많은 장비가 현대화, 기능화 되어 국민에게 질 높은 소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잊지 못할 사건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1996년 9월 5일 영보화학 화재 시 출동한 모든 차량의 물을 모두 쏟아 부어도 꺼지지 않아 꼬박 2~3일을 진압한 후에야 간신히 불길을 잡았던 화재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는 벽들 사이로 두려움 모르고 진압했던 1996년 10월 관저동 충남방적 화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Q. 요즘 들어 소방관들의 현실 즉 타 공무원들에 비해 열악한 근무형태나 복지 등이 여론화 되고 있는데요. 소방에 평생을 몸 바친 분으로서 하실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몇 말씀해주시죠.
-작은 배려와 관심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커다란 보답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 인간사라 생각합니다.
총액 인건비제도도 그러하고 지금까지 우리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씀드려 대변해 주는 곳이 거의 전무했습니다. 물론 소방공무원 개개인 스스로도 독립청만 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그런 편협한 틀도 바꾸어야 하고 직장협의회가 허용되면 당장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재고해야 합니다.

모든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금번 국감에서도 나왔듯이 전국 7,000여대의 소방장비 중 30%가 넘는 장비가 내용연한이 지난 것으로 지자체 소속 소방에 어려움이 있으며, 국민의 안전에 대한 소방 서비스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작 중요한 소요되는 예산의 중요 결정은 자치단체에서 합니다. 재난과 재해의 최일선 현장대응 부서인 소방도 군과 경찰처럼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예산의 집행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단언하건데 소방도 국제적 기준(ILO)에 부합하는 직장협의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또한 소방만의 단독 소방청 설립 등 시야의 범위를 넓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가족소개를 좀 부탁합니다.
-처와 1남 2녀를 두고 있습니다.

Q. 후배 소방관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가 속한 소방조직에서 항상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고취하고 나아가 조직의 발전은 조직 스스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각각의 개개인이 꾸준히 노력하여 선진 소방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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