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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는 소방직공무원 - 소방직이 왜 공무원이란 조직 내에선 찬밥 신세냐?
  • 기사등록 2007-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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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과 가장 근접해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공무원 조직임에도 폐쇄적이고 발전하지 못한 소방공무원들이 서서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유일한 소방공무원들의 의사소통 창구였던 소방발전협의회(cafe.naver.com/godw1079)의 회원이 4천명에 육박하고 있고,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http://cafe.daum.net/im119), 소방사랑모임 등이 연대해 오는 11월9일 소방의 날에 자신들의 뜻을 피력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MBC뉴스데스크의 현장출동 방송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하여 인격모독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자행토록 방치한 부산광역시와 관계자에게 사태의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일어섰던 소방발전협의회의 성명서 발표와 함께 부산광역시청 앞에서 일인시위 등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사태의 근원지였던 부산광역시 소방본부(www.119.busan.go.kr)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대전에서 십여년째 근무하는 소방관이라는 아이디 ‘대전소방관’의 “보약보다 더 값진 박카스 한병!”이란 제하의 글이 감동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그는 글에서 “소방공무원을 생각해 주는 이웃과 소방관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으며 우리소방관들만 바라보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왜 우리 소방관만 공무원이란 관료조직 내에서 찬밥 신세를 당해야 하며, 그 숭고함까지 땅에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의 현실은 그들이 느끼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다른 게 현실이다”고 적었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조직에 누가 될까봐 참고, 누르고, 묵묵히 일했다”며 “근무 십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앞으로도 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되물었다.
 
보약보다 더 값진 박카스 한병!

전 대전에서 십여년째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입니다. 사무실 근처에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시는 노부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위암으로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하신 환자시구요. 두 평도 채 안 되는 가계에서 할아버지는 편히 눕지도 못하는 좁은 가스 구들장에서 항상 누워 계시고, 할머니는 장사를 하시지요.

몇 해 전부터 금연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실패한 지라 가끔 담배를 사러 그 곳에 가곤 한답니다. 근처에 몇 군데 담배 가게가 있지만 최고 먼 그 가게로 간답니다.

비록 담배 한 갑이지만 다른 데로 가려면 왠지 그 노부부의 얼굴이 떠올라 다른 가게로 발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 노부부의 연세는 팔십을 바라보시는 분들로 그 곳에 가면 왠지 측은한 생각과 안쓰러운 생각도 나고, 살아계신 홀 어머님의 생각도 많이 나곤하지요.

담배 한 갑을 사고 돌아오려면 가게 할머니께서 내 손을 잡고 놓아 주시지를 않아요. "잠깐만요"하면서 "뭐를 드릴까 음료수를 드릴까? 아니면 컵라면을 드릴까? 아니면"(하시며) 뭐를 자꾸 손에 들려주시려고 하시는 겁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주셔서 너무도 고마워서 그려”하시면서 뭔가 보답하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전 당치도 않다고 인사만 하고 가게를 나오곤 했죠. 그러던 어제 또 담배를 사러 가게에 몇 일만에 들리게 됐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고개가 땅에 떨어질 듯 불안한 자세로 주무시고 계시고, 할머니만 가게를 정리하시느라 분주하시더군요.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담배 한 갑을 샀습니다. 거스름돈을 주시면서 다른 어느 때 보다 제 손을 단단히 잡으시는 것이 오늘은 그냥 못 보내신다는 결연한 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죠.

손을 이끌고 냉장고로 향하시더니 시원한 박카스 한 병을 꺼내서 손에 들려주시더군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받을 수 없습니다. 장사 하시는 것을” “돈 여기 있어요.”

저도 매일 담배만 샀지 다른 것은 하나도 못 팔아드려 죄송한 마음이 내심 있었던 터라 돈을 드리고 나오려 하는데 “나 돈 많이 벌었어, 걱정하지 마!! 난 이 황색 옷 만보면 한참 쳐다 봐져!”하시면서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시더군요. 우리 어머님과 똑 같이 가볍게 두드려 주시는 손끝에 따스함과 감사와 사랑까지도 쏴하게 전해지며 마음까지도 따뜻해지더군요. 바로 이런 기분을 다른 직장인들은 많이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마음! 가슴까지 따뜻한 이런 기분! 오늘은 정말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 보는 앞에서 단숨에 마시고는 “야! 정말 맛있다. 어느 보약보다도 더 좋은 보약이 없겠는걸요.”하고 인사를 했지요. 그랬더니 나보다 더 그 할머니가 좋아 하시고 흐뭇해 하시더군요.

돌아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렇듯 날(소방공무원) 생각해 주는 이웃이 있고, 우리 소방관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시민들과 우리들만 바라보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은데. 왜! 우리 공무원이란 관료조직 내에선 찬밥 신세를 당해야 하며, 그 숭고함까지 땅에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소방차로 학교나 시내 주변을 지나치다 보면 어린이들과 학생들은 우리들과 눈 한번 마주치려고 손을 흔들고 난리를 칩니다. 하루의 지친 일과로 몸과 마음은 피곤하지만 그들의 맑은 얼굴에 일일이 답례를 해준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그네들은 우리가 정말로 만능인 슈퍼맨으로 보이나 봅니다.

아마 이 시대의 영웅처럼, 그건 가까운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이 늦은 편이라 이제 초등학교 다니는 딸만 둘이랍니다. 그리고 착하디 착한 우리 집사람. 우리 가족은 내가 최고로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 아빠는 소방관이라 좋은 일도 많이 해서 너무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들이 느끼는 그런 것과는 많이 다른 게 현실이지요. 시민들의 사랑과 믿음을 담보로 현실의 냉혹함을 감수해야 하니까요(구체적으로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들 알고 계실 터이니까요) 어릴 적 보았던 그런 변함없는 최고의 소방관의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게 느껴지도록, 지금의 소방의 딱한 현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빠른 변화와 개혁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만약에 이 아이들이 진정한 소방관으로 꿈을 꾸고, 꿈을 이루었을 때 그 어릴 적의 순수한 마음으로 영웅처럼 느껴졌던 그런 “소방관의 꿈”을 “그 소중한 꿈”을 산산이 깨지지 않도록. 11년 동안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우리 조직의 치부인 소방의 현실을 지금껏 잘 모르고 있는 편이여서 왠지 나 자신이 부끄럽고, 나약해짐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 얘기를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일전 모든 것을 공개했답니다. 내가 소방관이면 아내도 소방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야 했기 때문이죠. 전모를 안 아내는 달나라 이야기처럼 이해가 안된다며 흥분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나뿐만 아니라 우리 소방가족이라면 누구나 나와 똑같은 마음이였을꺼라 생각이 듭니다.

“조직에 누가 될까봐 참고, 누르고, 묵묵히 일했습니다. 내일이면 더 좋아지겠지! 또 내일이면 좋아지려나? 그러다 근무 십 여 년이 훌쩍 지나버렸지요. 앞으로도 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일개 말단 직원이 이 일을 수습할 수 있고 변화를 시킬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갈아엎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공직사회에서 “아래부터의 개혁”(을) 많이들 외치는데 ‘아래부터의 개혁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정답은 “위로부터의 개혁”이 정답입니다.

3만여 소방식구들이 개혁하려고 노력한다고 개혁이 이루어지겠습니까? 단 한사람이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개혁은 꿈도 못 꾸는 그냥 꿈일 뿐 인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소방의 아픈 현실이지요.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같은 한 솥밥을 먹는 동료이거늘 그분들은 그저 너는 저 밑에 직원이고 나는 높으신 몸으로만 생각하시나 봅니다.

비록 각각의 배에 몸을 실어 나아갈지라도 동료라면 한 목표 지점을 향해 같이 나아가야 할 터인데 “너는 너, 나는 나” 각자의 목표가 틀리다면 이것이 진정 동료의 모습, 정의가 살아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도 슬픈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금껏 우리 조직의 아버지격인 총수는 따뜻하고, 용기 있고, 정의감 넘치고, 냉철하며, 부하 직원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분이 계셨던가? 기억이 나질 않음이 또한 슬픈 현실입니다. 이젠 우리 동료들은 더 이상 쉬쉬 하지 않으며 움츠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껏 참고, 누르며 지내온 대가가 바로 지금 모습이니까요. 고름을 짜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고 해서 그 고름이 살로 되지 않습니다.

아프더라고 한번 진통을 겪어야만 새 살이 돋듯이 치부를 들어내고, 아물 때까지 참고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그로인해 새롭게 태어나 진정 소외되지 않고 당당한 그런 모습으로 변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그 동안의 잘못된 점 진정으로 반성하고, 더 노력하며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소방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따스한 이웃들 곁에 한발 다가갈 것입니다. 우리 소방조직도 머지않아 정말 단단한 조직이 될 것이라 믿고 또 믿고 습니다. 끝으로 나에 대한 반성과 고백을 하면서 마칠까 합니다.

첫째, 우리 동료 여러분이 앞에서 소방발전에 노력하고 외칠 때 그냥 뒷짐 지고 수수방관한 일을 깊이 반성합니다.

둘째, 이것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처자식 때문에 목구멍이 포도청아라 생각하며 나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나서지 못 한 점을 반성합니다.

셋째, 마음속으로만 외치고, 흥분하고, 분노한 진정 용기 없었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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