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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관장 양맹준)은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연제구 연산동고분군(부산시 기념물 제2호)의 정비․복원을 위한 제2차 발굴조사 결과 M3호분의 주.부곽에서 금동관편, 금동관모편, 비늘갑옷, 판갑옷, 투구, 말 투구, 말 갑옷, 순장 인골 및 고배.항아리.큰항아리․그릇받침 등 200여 점의 다양한 유물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산동고분군은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철저히 도굴되어 학술 발굴로서는 유물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 예상되어 왔으나 이번에 예상을 뛰어넘는 발굴 성과를 거뒀다.

발굴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1980년 동래 복천동고분군 1차 조사에서 말 갑옷과 투구가 출토된 이래 부산지역에서 2번째로 말 갑옷과 투구가 출토됐으며 투구.어깨가리개.팔가리개 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보호하는 갑옷도 발견됐다. 이를 통해 연산동 출토품으로 전해오던 갑옷과 함께 삼국시대 부산지역 지배층의 무장적 성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고분시대 무덤에서 20여 점이 출토된 바 있는 깃이 있는 판갑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출토되어 일본과의 교류관계 해명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5세기 후반 부산지역에서만 출토되는 부산식 고배가 다량 출토되어 삼국시대 부산의 정체성과 자치성을 나타내는 문화의 존재가 확인됐다.

연산동고분군은 지하로 된 수혈식석곽과 주곽과 부곽으로 구분한 구조 등 복천동고분군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봉분이 확인되지 않은 복천동고분군과 달리 대규모의 봉분이 조성됐으며 길이 12m 이상의 장대한 석곽이 확인되어 막대한 노동력의 동원과 장엄한 매장 의식 등 새로운 사회 산물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M3호분은 정밀발굴조사 결과 전체 길이가 약 19m, 너비는 6m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부곽 수혈식석곽묘로 확인됐다. 주곽은 화강암을 이용하여 길이 7.2m, 너비 2.3m, 높이 2.1m 크기의 석곽을 쌓은 후 석곽 벽 내면에 점토를 미장하고 너비 15~20㎝, 길이 710㎝의 각재로 목곽을 설치한 후 바닥 전면에 몽돌을 깔고 그 위에 주인공을 안치했다. 거대한 뚜껑돌을 놓기 위해 높이를 맞추고 뚜껑돌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벽면 상단에 점토를 바른 후 석곽의 길이 방향으로 너비 15~20㎝, 길이 740㎝의 각재 1매를 놓고 2~3톤 무게의 뚜껑돌 8매를 덮었다.

부곽은 석곽 벽 내면에 점토를 미장한 후 순장 인골이 안치된 공간에만 몽돌을 깔았고 주곽과 동일하게 벽석 위에 점토를 깔고 그 위에 너비 15~20㎝, 길이 840㎝의 각재 2매를 놓은 후 2~3톤 무게의 뚜껑돌 8매를 덮었다. 그리고 구릉 정상부를 편평하게 깎은 후 20㎝ 높이로 봉토를 쌓아 평탄면을 조성하여 석곽 구축과 매장을 위한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발굴로 지금까지 베일에 숨겨져 있던 삼국시대 고총고분의 축조 과정을 밝혀줄 다양한 토목기술의 실체를 확인하여 우리나라의 전통 토목기술을 해명할 수 있는 정보도 획득됐다. 짚을 썰어 넣은 점토와 돌을 사용하여 쌓은 전통 한식 담장의 원형을 확인했으며 석곽 벽면 내면에 점토 미장을 한 후 목곽을 설치하여 석곽+목곽의 이중곽 구조의 실체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석곽 벽면 위에 긴 각재를 깔아 2~3톤에 달하는 뚜껑돌을 균형 있게 놓기 위한 건축기술 역시 지금까지의 발굴조사에서 처음 확인된 정보이다. 뚜껑돌을 덮은 후 뚜껑돌 윗면과 좌우에는 갈대 줄기와 잎을 섞어 넣은 점토를 여러 겹 발라 석곽 내부가 진공상태가 되도록 하였으며 특히 삼국시대 이후의 제방이나 토성의 기초부를 조성할 때 잔가지와 낙엽을 넣는 부엽공법(敷葉工法)을 석곽 밀봉에 적용한 사례 역시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한, 길이 25.3m, 높이 4m 이상의 거대한 봉분을 효율적으로 쌓기 위한 단면 삼각형의 흙 둑 쌓기(土堤技法), 점토괴를 이용한 봉분 조성 및 봉분을 3등분으로 구획한 후 구획 지점에 작업로를 조성하고 한 단계의 작업이 끝나면 작업로를 메우고 그 곳에 제사를 지낸 후 다음 단계의 봉분을 성토하는 토목기술이 확인되었다. 뚜껑돌 위에는 암반편이 많이 섞인 모래성분의 흙을 50㎝ 두께로 덮어 봉분의 하중이 뚜껑돌에 덜 미치도록 했고 자갈 또는 점토.모래 흙 등 물성이 다른 성토재를 사용하여 견고하게 조성했다.

한편, 이번 발굴에서 종전에 10기의 고총으로 알려진 연산동고분군이 총 18기의 고총고분군임이 밝혀졌으며 연제체육공원의 1차 발굴에서는 수장급 분묘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나 다소 늦은 시기의 소형분 85기도 확인됐다.

이번 발굴을 주도한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장 홍보식 연구관은 “이번 발굴로 연산동고분군은 석곽 내면을 점토 미장한 후 목곽을 설치하고 벽 상부에 각재를 놓아 높이를 맞춤과 동시에 뚜껑돌의 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건축기술 및 부엽공법을 응용한 석곽 밀봉 등 고대의 다양한 첨단 토목기술 및 전통 토목기술의 원형이 확인된 미래의 문화유산 보고임이 입증되었다.”라고 전하고, “향후 연산동고분군을 시 지정기념물이 아니라 국가 지정의 사적으로 재조명할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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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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