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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워커 장군이 남긴 마지막 유산...부경대, 글로벌 유엔교육 성지로 부상
  • 기사등록 2026-06-09 16:24:53
  • 기사수정 2026-06-09 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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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 춘

• 유엔후손지원재단 사무총장

•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현충일의 엄숙한 아침,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에는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11개국 2,337명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참배를 마친 주한 제19원정지원사령부의 한국계 사령관과 관계자들은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를 찾았다. 한국전쟁의 영웅, 월튼 해리스 워커 (Walton Harris Walker)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경대학교 내 워커하우스였다.


그러나 방문객들을 맞이한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상징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유도하는 안내 표지판은 눈에 띄지 않았고, 차량 출입마저 제한되어 있었다.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 외딴섬처럼 잊혀 가는 모습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 순간 적막을 깨운 것은 유엔후손지원재단 부설 유엔하모니 앙상블의 연주였다.



색소폰 선율로 울려 퍼진 ‘아리랑’은 전쟁의 상처를 넘어선 화해와 희망을 노래했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기도가 되었다. 이어 연주된 ‘손에 손잡고’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싸웠던 유엔군 22개 참전국의 연대를 떠올리게 했고, ‘비목’의 애절한 선율은 전쟁터에서 스러져 간 젊은 영혼들을 추모하는 진혼곡이 되었다.


특히 워커 장군 사진 앞에서 미 19원정지원사령부 진H.박 (Jin H. Pak)사령관이 거수경례를 올리는 순간, 앙상블의 연주는 깊은 울림을 더했다. 참석자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연주를 들었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음악이 전한 평화와 감사의 메시지는 그 어떤 연설보다 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워커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파죽지세로 밀고오는 북한군을 방어하기 위하여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 방어선의 총사령관이었다. 그는 “Stand or Die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후퇴란 있을 수 없다.)”라는 결연한 의지로 부산과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다. 당시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가 지켜낸 시간은 결국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이어졌고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워커 가문의 희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샘 심즈 워커(Sam Sims Walker) 대위 역시 6·25전쟁 당시에는 미 육군 제24보병사단 보병 중대장으로 낙동강 방어선에 참전하여 아버지와 같은길을 고수하였고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은성무공훈장을 수훈하였다. 워커 부자의 이야기는 한미동맹과 자유의 가치를 상징하는 살아있는 역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필자(유엔후손지원재단 사무총장)는 “전 세계 유엔군 참전용사 후손은 약 1,600만 명에 달한다”며 “그들은 부산의 유엔기념공원과 워커 장군을 기억하고 있다. 국립부경대학교가 유엔후손 교육과 교류의 중심지를 꿈꾸는 순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워커하우스 원형복원을 위하여 고초를 감수하는 조정형 부경대학교 디자인전공 교수도 “워커 장군은 부경대학교가 보유한 가장 위대한 글로벌 자산”이라며 “역사와 교육, 디자인과 국제교류를 연결해 정부가 추진중인 글로컬대학의 표준이자 상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의원은 “부산 남구의 유엔문화거리 조성 사업과 연계해 워커하우스가 세계인이 찾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관련 예산 확보 의지를 밝혔다.



워커하우스(1950년 유엔지상군사령부 지휘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대한민국과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적 유산이다.


이날 유엔하모니 앙상블의 연주가 남긴 울림은 분명했다. 자유는 결코 무료로 주어진 것이 아니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미래를 비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국립부경대학교가 워커 장군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1,600만 유엔후손과 함께하는 교육·문화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부경대학교는 유엔후손교육의 메카가 되는 위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부경대학교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워커장군 동상과 유엔군의 중심조형물을 정문에 세워서 유엔의 상징대학으로서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본다. 

 

현충일 워커장군 추모 어메이징그레이스 색소폰 합주 선율은 끝났지만, 워커 장군과 샘 워커 대위의 정신이 남아 있는 워커하우스를 원형복원을 통하여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희생정신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는 여전히 부산의 하늘 아래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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