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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정자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지 3주째다. 전쟁의 불똥이 동북아로 튀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등 3국과 프랑스, 영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를 지킬 함정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70%와 20%. 한국이 중동에서 들여오는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의 수입 의존도다. 이 두 숫자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한 민낯을 보여준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자마자, 한국의 에너지 동맥은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 3주 차. 유조선 피격과 기뢰 부설, 걸프 정유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은 한국에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유조선 등 국적선 호위를 위한 군함을 보내달라는 미국의 요구로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에서 파병을 반복해 요구받았다. 하지만 위험지역은 피하거나,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공병부대를 보냈다. 전사자가 1명도 없었다.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첫째, 유조선 등 우리 배 26척의 발이 묶였으니, 한국은 당사국이다. 마땅히 해야 할 자국 상선 보호 역할을 요청받은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간 미국에 의존하던 관계를 벗어나 한국이 국력에 걸맞게 기여하도록 밑그림을 그려 왔다. 한국이 예산을 더 쓰는 데는 양자가 이미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을 어떻게 한국이 수용할지, 이번 파병 요청처럼 한국이 정치적·군사적 리스크를 어떻게 져야 할지를 치열하게 논의 중이다. 


셋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군사와 투자·교역 이슈를 뒤섞어 버렸다. 거액 투자 압박과 상호관세를 연동시켰듯이 이번 요청도 결과에 따라 보복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호르무즈 파병은 위협 요인도 크다. 행여 이란의 미사일 혹은 드론 공격으로 우리 해군함이나 유조선이 피해를 입거나 교전이 발생한다면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냉전-탈냉전 70년 동안 한국이 큰 수혜를 누린 한미동맹이 앞으로 30년간 안보와 번영을 위해 적절한 역할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파병 카드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파병 논쟁에 정치인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는 이젠 우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우리끼리 공급망이 짜인다는 걸 지난 1년간 숱하게 목격했다. 적어도 정치인 몇몇은 국가 운명을 이끌기 위해 당장은 민심의 호응이 적더라도 글로벌 책무를 해 나가자고 말할 때가 왔다. 국제 체제에서 이익은 내지만, 그 시스템을 지킬 책임을 회피하는 코리아는 점점 환영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늘 그랬듯이 파병 반대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신중 검토 끝에 불참 결정을 정부가 내린다면 그 자체도 존중되어야 한다.


뭣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김민석 총리의 미국 방문을 주목한다. 일각에서 대통령의 후계자 양성 운운하지만 그건 비약이거나 각론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은 지금 복잡하다. 핵추진잠수함과 핵연료 문제 협의는 특히 난항이다. 이럴 때 김 총리가 트럼프의 영적 멘토인 폴라 화이트 목사를 만났다. 현실적으로 최적의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고 본다. 


한미 양국은 70년간 두터운 기독교 네트워크로 밀착해 왔다. 중국, 일본은 상상하기 힘든 비대칭적 전력이다. 지난해 정상회담 직전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으로 외교 문제까지 비화했던 기억은 아찔하다. 

불신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한국만 가진 외교 자산, 즉 글로벌 기업과 기독교 등의 든든한 채널을 활성화하고 3500억달러 투자 건도 활용해야 한다.


원유 수입선의 사우디·UAE·쿠웨이트·이라크 등 걸프 집중 구조를 완화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미국·북해·서아프리카·중남미산 원유 비중을 높이는 중·장기 도입 계획이 필요하고, LNG의 경우 카타르·오만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호주와의 장기계약 및 에너지 동맹을 연계해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안정시켜야 한다. 이것은 중동 리스크를 헤지하는 단기적 과제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정부 비축유 1억 배럴과 민간 비축 9,500만 배럴 등 약 2억 배럴(약 208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의 양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해역 봉쇄에도 흔들리지 않는 실질 가용성을 높이는 구조 개편이다. 이번 위기가 그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의 방향은 명확하다. 원유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더 이상 단순한 연료가 아니다. 미래로 가는 열차의 입장권이자, 국가 안보를 지키는 방패다.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에너지 속국의 멍에를 벗어던질 때, 비로소 한국 경제는 어떤 지정학적 파고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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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3-18 05: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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