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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훈 칼럼니스트서울내기 필자가 부산이 제2의 고향이 된 건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를 지원한 탓이다. 당시 서울 입시생에게 비친 이 대학은 ‘입학만 하면 부자 되는 지름길 대학’이었다. 1974년 입학생(어업학과)인 필자에게 당시 선후배 간 첫 만남은 그런 믿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첫 대면식에서 한 4학년 선배가 강단에 올라, “너희들은 이제 부자다. 졸업 후 항해사 3년에 3천만 원, 선장 3년에 3억 원을 번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등록금이 약 6만 원 정도였으니 오늘날 등록금을 편의상 약 200만 원(국립대 등록금)으로 하면, 졸업 후 6년 만에 약 100억 원을 번다는 말이 된다. 입학생들이 얼마나 놀라고 좋았겠는가! 필자도 그랬었다. 


동기가 어쩌든 졸업생들은 대다수 ‘어선’ 타고 외국으로 진출했다. 시대상으로 보면 6.25 전쟁 이후 자유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최초로 알린 그야말로 ‘국가 첨병(尖兵)’들이었다 할까? 실로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가장 활기 띤 때였다. 당시 1950년대~60년대 원양어업으로 번 외화가 GNP의 약 10%를 차지했다 하니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컸겠는가! 그 젊은이들을 격려코자 이승만 대통령이 대학을 직접 방문했을 정도였다. 


외국 나가기가 별 따기처럼 힘든 시절, 앞다투어 외국으로 나간 이 ‘어업(漁業) 첨병’ 들이 이후 1970년대 중동진출과 세계 각국으로 뻗어 나간 ‘무역 첨병’들로 이어지는 동기부여에 일조(一助)가 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서 오늘날 무역 대국의 입지를 굳히는 데도 자그마한 징검다리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싶다. 


흥미로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해방과 6.25 사변’을 거치면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北이 막혀 南으로 南으로만 나아가야 했던 ‘국가적 운명’이 되레 오늘날 국가번영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수천 년 동안 대륙 중국 문화권에 흡수되어 장보고(張保皐) 이후 바다로의 진출에는 무관심했고 오로지 반도(半島) 중심의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던 ‘역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게 지난 세기 ‘냉전(冷戰)’ 덕이라는 건 참으로 역설적이다. 오죽하면 당시 미국에서 들여온 우리나라 원양어선 제1호를 ‘지남호(指南號, 1946)’, 즉 ‘南을 가리키는 배’라 지었을까. 실로 국가 미래를 내다본 선각자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해 숙연해지는 대목이다.


그 화려했던 ‘원양어업’도 70년대 초 당시 OPEC 중심의 ‘중동 석유 파동’으로 원양수산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해 급격히 사양화되어갔다. 주목할 만한 건, 이 와중에도 원양어업에 헬기를 동원해 조업기술을 선진화하고 포획 어종을 고급화하여 통조림 제조업으로 발전시켜 ‘해양 식단 일상화’를 이루어 수산업의 또 다른 발전동력으로 삼은 ‘동원산업’(김재철 회장)의 기업전략은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수ㆍ해양산업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연근해 어장에서의 남획으로 어족자원의 고갈과 각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으로 바다를 자국 경제 구역으로 편입해 바다생물을 독점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접 국가 간 이해갈등으로 어업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국제적 수ㆍ해양 협력전략이 절실해진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먼저 중요한 것은 자국 연근해 어족자원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심층 정보(자원량, 어획량, 자원환경특성 등)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정치ㆍ외교적 전략만이 아닌 수ㆍ해양산업 관련, 보다 실물 경제적 지식을 토대로 국가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뜻한다. 


전 호(號)에서 지적했듯, ‘바다를 국력 화’했었던 세계사를 돌아보면서 다가올 ‘앞선 시대’를 예견하고 대비하는 ‘국가의 바다 대응책’을 구축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를 주도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시급히 양성해야 할 때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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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10 00: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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