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구제역 감염을 우려해 떠났던 염소가 다시 - 경주마의 ‘나쁜 버릇’ 고치는데 주효... 조교사들 반색
올해 초 구제역(口蹄疫)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을 덥치며 확산되자 방역당국은 전국에 소독부스를 설치하고 주요 축산단지의 외부 출입까지 통제하는 강수를 둔 바 있었다.
구제역 피해는 경마공원도 피할 수 없었다. 경주마는 소나 돼지와 달리 굽이 하나인 기제류(奇蹄類)이기 때문에 구제역으로부터 안전했지만 경주마의 나쁜 버릇을 없애기 위해 들여온 염소들이 구제역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퇴출 되었던 것.
염소는 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로 구제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부산경남경마공원 마사보건팀에서는 '구제역 감염 우려가 있는 염소를 불가피하게 경마공원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을 내렸고, 지난 2월 중순부터 각 마방에 흩어져 있던 10여 마리의 염소를 경마공원 밖으로 내보냈다.
퇴출된 염소들 중 구제역에 감염되었다는 기록은 없었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염가능성의 원천 차단한다는 의미의 예방조치였다. 구제역 때문에 경마공원에서 염소가 퇴출당하면서 졸지에 짝 잃은 외기러기가 된 경주마들이 많아졌지만 별거(?) 3개월 여 만에 다시 재결합하게 되었다.
구제역이 거의 종식되어가던 지난 4월, 염소들의 입사를 허가하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공식 발표가 내려지면서 마방을 떠났던 염소들이 경주마사로 속속 입사하고 있는 것.
부경경마공원의 21조를 관리담당하고 있는 민창기 조교사는 “염소가 나쁜 버릇이 있는 마필들의 버릇 교정에 효과적인데, 올해 초 갑자기 내보내게 돼서 큰 걱정이었다”라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염소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니 천만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염소는 대체 어떤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우선 경주마라는 생명체에 대한 이해를 해보면 이해가 쉽겠다. 야생의 말들은 자유롭게 달리며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경주마로 낙점된 마필들은 2평 남짓한 마방에서 다소 답답한 생활을 해야만 한다. 물론 경주마는 매일 경주로를 달리는 훈련을 해 질주본능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타의에 의한 질주이기에 본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하다.
또한 한 마방에 한 마리의 경주마만 기거하기 때문에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 또한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잘하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경주마들은 야생의 습성을 이기지 못하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나쁜 버릇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나쁜 버릇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마방 안을 하염없이 도는 버릇, 모서리를 물고 바람을 빨아들이는 버릇, 머리를 위 아래로 심하게 흔드는 버릇 등이 있다. 이런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마필들에게 염소와 함께 생활하게 했더니 그 증세가 호전되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염소가 마방 안에 함께 있으니 염소가 다칠세라 함부로 몸을 움직이거나 발을 구르는 등의 나쁜 버릇이 사라지게 되고, 비록 말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어느 정도 외로움도 극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쁜 버릇’을 고치는데 효과적인 염소와의 동거. 짝을 잃고 외로운 밤을 지내야만 했던 경주마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경주마와 염소의 재결함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