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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바다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바닷물은 왜 짤까?
  • 기사등록 2025-09-17 00:03:56
  • 기사수정 2025-09-30 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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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훈 부경대 명예교수
(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옛부터 뱃사람들은 배에 물이 생명이었다. 먼바다에 나가 물이 떨어지면 곧 죽음이었다. 주변이 온통 물임에도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시면 더 목이 말라 죽음을 재촉했다. 그래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고 그저 비가 오기만을 빌 뿐이었다. 


바닷물은 짜다. 그래 마실 수가 없다. 소금(염화나트륨)이 해수 성분의 대다수(77.7%)를 차지하다 보니 당연하다. 반면, 담수의 염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우리가 자유롭게 퍼마실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해수 속에는 소금 외에도 염화마그네슘, 황산칼슘, 황산칼륨 등이 녹아있다. 이런 물질들을 통틀어 ‘염류(鹽類)’라 하는데, 해수에 얼마나 녹아있나가 때때로 중요해 이를 나타낼 때 ‘염분(鹽分)’이란 말을 별도로 사용한다. 이는 ‘해수 1kg 중에 녹아있는 염류의 총량을 그램(g) 수로 나타낸 것’이다. 예컨대, 바닷물 1kg을 떠서 그 속에 포함된 염류의 무게가 35g이라면 염분은 35‰이 된다. 단위 ‰(퍼밀)은 천분율(1/1,000)인데, 백분율(%)(1/100)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쉽다. 


흥미로운 건, 전 세계 바다 어디를 가나 해수의 염분은 34~35‰ 범위로 거의 일정하다는 점이다. 19세기 세계 최초의 대양탐사선인 영국의 HMS 챌린저호의 관측에서 밝혀졌다. 문제는 왜 해수 염분이 이처럼 거의 일정한가 하는 점이다. 실은 해양학의 오랜 숙제였다. 

사실 바다의 소금기(염분)는 주로 육지 암석의 풍화작용과 강을 통한 이온 ‘유입’에서 비롯되고, 반대로 염분이 ‘제거’되는 것은 증발에 의한 침전과 조개껍데기, 산호 형성 등의 탓이 크다 하는데, 수천만 년 단위의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이 ‘유입’과 ‘제거’의 균형으로 일정해졌다는 것이다. 해류와 대양혼합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규모 해류와 중규모 와류(渦流), 바람에 의한 표층혼합, 심해 대순환, 밀도 순환 등이 작용해 평균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염분은 다른 대양에 비해 매우 낮은(평균 약 34‰) 것도 재미있다. 평균수심은 약 1,680m로 깊은데 그 심층에까지 어떻게 저염화되었을까? 이것도 오랜 수수께끼였다. 사실 모든 대양의 저층에서는 염분이 상대적으로 높다. 염분이 높은 물은 침강해서다. 따라서 일반 대양을 보면 동해의 저층은 당연히 고염분이어야 할 텐데 그 반대인 건, 해수를 저염화하는 그 어떤 메커니즘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해 북부, 특히 러시아 연해주 주변 산악지형에서 겨울철 집중적으로 불어오는 북동ㆍ북서풍의 극한풍(極寒風)이 고밀도의 무거운 표층 냉각수를 생성하여 침강을 유인하고 그 연직순환(심층대류)으로 해수혼합을 일으켜 그 영향이 동해 전역에 저염ㆍ균일성을 유지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동해는 ‘잘 환기(ventilation)되는 반 폐쇄 분지’라는 것이다. 최근 관측ㆍ수치 모델도 이 프로세스를 확인해 준다고 하니 실로 놀랄만하다. 


한편, 해양학자들이 염분 측정을 중요시해 왔던 까닭은 미세한 염분의 차이로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고 결정되는 일도 생겨서였다. 그러니까 염분을 측정하는 건 해양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염분을 측정하는 방법도 발전하였다. 더구나 바닷물의 염류 성분의 비(比)가 일정하다는 것(염분 일정의 법칙)을 알게 되면서 소위 ‘전도도(傳導度; conductivity)’만으로 염분을 측정할 수 있다 보니 이젠 ‰를 안 쓰고 1980년대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무차원의 ‘psu(practical salinity unit)’라는 단위를 사용해왔다. 그러다 2010년 이후, 일부에서는 해수의 열역학방정식을 채택해 측정 정도를 높인 ‘절대 염분(Absolute Salinity)’ 개념도 사용한다고 한다. 


실로 지식은 줄곧 진화한다. 사족이지만, 시니어들이 그래서 따라가기 힘들다. 허나 ‘젊음은 젊고자 하는 의지 위에 있다.’ 하니 그 ‘의지’를 빌려서라도 애써 쫓아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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