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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되풀이되는 비극, 건설 현장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자
  • 기사등록 2025-09-11 15:03:36
  • 기사수정 2025-09-12 0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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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조 총괄이사

지난 7월, 한국도로공사 고속국도 14호선(함양~창녕 구간) 공사 현장에서 포스코이앤씨 협력업체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어 숨졌다.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공사가 중단됐지만, 이번 사고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동일한 위험이 상존한다.


건설 현장의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공정 단축과 비용 절감에 매달리는 구조,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형식적인 안전 점검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다.


정부가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복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선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협력업체가 안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비 구입과 교육 훈련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규제와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산업 안전이 뿌리내릴 수 있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기업의 인식 전환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무재해 현장은 기업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 나아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경영진이 앞장서 안전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고, 현장과 함께 실질적인 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지만 현장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는 사실(고용노동부, 2024)은 그 반증이다.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은 여전히 안전을 비용으로만 치부하고, 정부는 사고 이후 보여주기식 점검에 머물러 있다. 노동자는 위험을 가장 잘 알지만 안전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이런 구조에서 대통령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질타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제는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은 안전비용을 ‘투자’로 전환해야 하며, 정부는 감독관을 확충하고 반복적으로 사고를 낸 기업에는 공공공사 입찰 제한 같은 실질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노동자 또한 형식적인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작업중지권과 참여권을 요구해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비용으로 계산하는 사회는 이미 병든 사회다.


“생명은 생산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건설 현장에서 이 말은 여전히 공허하다. 고개 숙인 사과로는 더 이상 용서받을 수 없다.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않은 죽음, 그 공범이 우리 모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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