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해인총림 1해인총림 10대 방장
학산대원 대종사0대 방장이자, 한국불교의 큰 스승으로 손꼽히는 학산 대원 대종사의 새 강설서가 출간되었다. 지난 2023년 출간된 《조주록 강설》(전 2권) 이후 선보이는 이번 신간은 바로 《역대법보기 강설》이다.
이 책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년여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된 학산 대원 대종사의 《역대법보기》 강설 법회 내용을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스님의 강설 내용은 구어(口語)를 최대한 살려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있다.
다소 생소한 《역대법보기(曆代法寶記)》는 당나라 대력 연간(766~799)에 편찬된 오래된 문헌으로, 석존(釋尊)에서 혜능(慧能)까지 33조사(祖師)와 지선(智詵), 처적(處寂), 무상(無相), 무주(無住)로 이어지는 전등(傳燈)의 역사, 그리고 선법(禪法)을 다룬 초기 선종의 중요 사료이다.
《역대법보기》의 특징 중 하나는 육조 혜능 이후, 남악 회양-마조 도일로 이어지는 계통과는 다른 독자적인 법맥을 보여줌으로써 선맥의 다양성과 깊이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종의 정통 계보 밖에 있어 주목받지 못한 신라 출신의 승려 정중 무상 선사의 위상이 조명돼 주목된다. 한편 무상ㆍ무주 선사가 설한 ‘삼구설법(三句說法)’의 가르침을 통해 간화선 이전, 선종 초기의 생동하는 수행 풍토를 엿볼 수 있다.
이번에 출간한 《역대법보기 강설》의 표지/불광출판사
이 책은 부처님과 역대 조사로부터 이어진 정법의 원류와 법맥을, 이 시대 정법안장(正法眼藏)의 계승자인 학산 대원 대종사의 법음(法音)으로 전하는 귀한 가르침이다. 「무억(無憶)ㆍ무념(無念)ㆍ막망(莫妄)으로 일체 앞뒤 생각이 끊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하는 화두(話頭)다. 『무엇인고?』 하면 어떤 것도 붙일 수가 없고 단칼에 끊어진다. 거기서 바로 깨닫게끔 되어 있다.」 - 학산 대원 대종사
《역대법보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등사(傳燈史) 문헌인 《조당집》(952), 《전등록》(송대)보다 앞선 시대에 편찬된 문헌이다. 간결한 전기 형식을 띠고 있어 조사들의 구법과 전법의 여정을 짧고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역대법보기》를 공부하는 것은 어쩌면 ‘선(禪)의 잊힌 지도’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상ㆍ무주 선사가 설하고, 한국불교의 큰 스승이 전하는 가르침의 핵심이 담겨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삼구설법(三句設法)’이다.
삼구설법, 즉 삼구어(三句語)의 가르침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세 단계의 수행 관문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① 무억(無憶), 과거의 습기(習氣)를 끊고, ② 무념(無念), 지금 이 순간의 망념을 거두며, ③ 막망(莫妄), 분별 이전의 순수한 자성(自性)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역대법보기 강설》에서는 이 삼구설법을 ‘대승의 요의를 밝히는 지침’이자, 달마 대사로부터 이어진 ‘돈오(頓悟) 선법의 정수’라 일컫는다. 무념(無念)이란 곧 중생의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간화선의 화두 타파도 또한 중생의 망념이 타파된 경계이다. _ 본문 중에서
학산 대원 대종사는 이 한 마디를 통해 《역대법보기》가 간화선 이전, 선종 초기의 수행 풍토를 간직함과 동시에, 무상ㆍ무주 선사의 삼구설법은 간화선 수행의 궁극과 본질적으로 통하는 것임을 밝힌다. ‘부처님 진리의 말씀’을 따라 구법의 길을 걸어 온 역대 조사들을 목격하고, 그 안에서 정법(正法)을 얻어, 스승의 가르침 아래 정진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 시대 정법안장(正法眼藏)의 계승자인 학산 대원 대종사의 법음(法音)으로 정법의 등불을 밝히며 최상승의 선을 통해 중생의 번뇌 망상을 끊고 본래의 불심을 회복하여 단박에 깨닫는 돈오문에서 걸출한 도인들이 깨가 쏟아지듯이 출현하는 선의 황금시대가 이 땅에 펼쳐지기를 희망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