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 칼럼니스트
홍철훈 부경대 명예교수
(해양물리학, 어장학 전공)
육지의 ‘사막(砂漠)’은 흔히 ‘죽음의 땅’이라 불린다. 무덥고 마실 물 없고 동식물 살기에 맞지 않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바다에도 그런 사막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연안 암반과 산호초 지역이다. 여기 해조류나 산호에 흰색의 ‘석회조류(藻類)’란 놈이 달라붙으면 해조류는 사라지고 산호는 하얗게 변한다. 예컨대, 산호가 하얗게 되는 ‘산호백화(珊瑚白化)’가 발생하면, 평상시에는 산호 에너지의 90%를 제공하고 산호에게 아름다운 색을 입혀주던 소위 ‘주산텔라(zooxanthella, 황록 공생 조류)’라는 해조류(와편모조류)가 이놈에게 쫓겨 달아나 결국 산호가 굶어 죽는다는 것이다.
‘단세포 광합성 생물’인 ‘주산텔라’는 산호뿐만이 아니라 해파리, 해면동물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과도 공생(共生)하므로 ‘주산텔라’가 사라지면 사실상 연안 생태계가 붕괴하게 된다. 근년에 들어 널리 알려진 ‘백화현상’ 또는 ‘갯녹음 현상’은 이를 말한다. 가히 ‘바다를 사막화하는 현상’이다. 흥미로운 건, 때때로 ‘성게의 불모지(Urchin barren)’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백화현상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성게뿐이라서라 한다. 또 이런 성게는 석회가 가득하여 식용이 불가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분분하다. 다만 분명한 건, 연안 해조류(海藻類)(주산텔라)의 개체수가 급감해서라는 것이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해조류와 서식지 경쟁이 치열한 멍게와 해조류를 잡아먹는 성게 개체 수가 증가하면 발생한다고 한다. 한 예로, 한국 동해안에서 백화현상이 심했던 1990년대의 경우, 값싼 중국 성게에 밀려 대일(對日) 수출이 막히면서 성게 채집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육지로부터 연안에 다량 유입된 각종 콘크리트 재질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방파제, 테트라포드 등 인공구조물이 해수에 탄산이온을 증가시켜 이들이 고체화되어 침강하면서 해조류의 서식조건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인 해수 온도 상승도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컨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전(全) 세계해양의 산호초에 최악의 백화현상이 발생했는데, 약 84%(플로리다 키스에서는 93% 폐사)의 산호초 생태계가 영향을 받고 83개국 이상의 산호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이는 이전 최대 규모였던 2014-17년(약 56%)을 훨씬 웃도는 기록이라 한다. 여기에는 전호(前號)에서 소개한 ‘엘니뇨(El Niño) 현상’이 주요 원인(열 스트레스)으로 지목되었고 특히 2024년은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되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를 초과한 것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온난화가 전 세계해양에서 주산텔라가 사라지는 큰 원인이 된 셈이다.
백화현상에 대한 복원 노력도 활발하다. Miami대학 연구팀은 2022년 실험에서 엘크혼 산호(Acropora palmata)에 공생조류(Durusdinium)를 이식해 기존보다 2℃ 높은 내열 능력을 보인 산호를 개발하였고, 미국 플로리다 연구소에서는 엘크혼 산호를 인공적으로 양식해 바다에 이식하는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OAA(美 해양대기청)가 주도하여 유전자 다양성 실험의 일환으로, 내열성이 강한 산호 간 DNA 다양성 기반 복원 계획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대응’이다. 이미 많은 과학자가 이를 지적해 왔지만, 여전히 각국의 통합적 대응이 미진한 현실인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백화현상이 날로 증가해 해양생물의 다양성 감소와 어족 자원 고갈을 가속화 할까 봐 심히 우려된다. 실로 이에 관한 연구와 대응책이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바다’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경제적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거위의 황금알’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