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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경제 공간으로 활용하자. 「망간단괴」, 심해저의 황금 광물
  • 기사등록 2025-05-15 11:03:08
  • 기사수정 2025-05-15 15: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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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훈 부경대 명예교수
    (해양물리학. 어장학 전공)
예로부터 인간에게는 바다 밑(海底)이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그저 ‘궁금증의 세계’였다. 그러다가 15∼16세기 ‘지리상의 발견 시대’를 넘어 19세기 ‘해양탐사 시대’로 들더니 오늘날은 가히 ‘해양개발의 시대’가 되었다. 그 핵심에 망간단괴(망간團塊, Manganese Nodules)가 있다. 수심이 4,000m∼6,000m의 평탄한 심해저에 널려 있는 둥글거나 타원형인 ‘금속 광물 덩어리’인데 작게는 수 밀리미터, 크게는 수십 센티미터에 이른다. 


문제는 이놈이 철, 망간, 니켈, 코발트, 구리 같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 재료라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그 수요가 폭등했고 이 중에서도 코발트는 항공기 엔진과 군사 장비에 필수적이라 한다. 그 매장량은, 한 예로,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에만도 210억 톤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들 주요광물이 단괴의 약 30%를 차지한다니 대단하다. 더구나 세계의 니켈, 코발트 수요를 수십 년 동안 충족할 양으로 평가된다고 하니 실로 눈독 들일만 하다. 


이러한 망간단괴들은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 작은 입자(상어 이빨, 화산재, 조개껍질 등)에 금속 이온이 붙어 성장하는데 특히 해수 속에 희박한 금속(망간, 철, 니켈, 코발트 등)이 단단한 표면에 침전하고 산화 반응으로 망간 산화물 형태로 쌓인다는 것이다(수산화 침전). 동시에 퇴적층 아래 생물활동과 화학반응으로 금속 이온이 용해되고 해수와 만나 상부에서 산화되어 침전한다고 한다(공극수 침전). 이런 과정을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면서 평균적으로 100만 년에 약 1∼2cm 성장한다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선진국들이 망간단괴에 흥미를 쏟게 된 건, 영국 과학자들이 ‘HMS 챌린저(Challenger) 호’를 타고 최초로 세계해양탐사(1872∼1876) 중 처음 ‘망간단괴’를 채취한 이래로 약 100여 년 지난 1970년대 냉전 시대다. 놀랍게도, 당시 美 정보기관이 북태평양 심해저에 소련(러시아) 핵잠수함이 침몰한 것을 확인하고 이를 비밀리 수습하려 거대 채굴 선을 제작 투입하여 작업하던 중에 거대한 망간단괴의 존재가 들어나 큰 쟁점이 된 탓이다. 이후 미국, 유럽 등이 앞다투어 탐사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록펠러 재단이 지원해 단괴 채취용 거대 ‘진공청소기’ 같은 채굴 장비가 도입된 사업이라 할 것이다. 일본도 1990년대 들어 ‘메탈 헌터(Metal Hunter)’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발족해 CCZ에서 집중적으로 탐사하여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투입만큼 경제적 수익성이 작아 대다수 중단되었다. 이 때문에 한때, “망간단괴는 바닷속의 꿈이다.”라는 회의론이 일었다지만, 최근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 자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탐사나 채굴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1996년 유엔 해양법협약을 비준하고 국제해저기구(ISA) 이사국이 되어 활동할 뿐 아니라 각종 심해 광물자원 탐사와 개발에도 참여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2024년 7월), 단괴 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cottish Association for Marine Science) 연구팀의 결과가 발표되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망간단괴가 전기화학적 특성으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전기분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를테면, 망간단괴가 빛 없이도 산소를 만드는 소위 ‘암흑산소(dark oxygen)’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비판 여론도 비등하나, 만일 사실이라면 심해저 생태계의 중요한 산소공급원이 ‘망간단괴’가 되는 셈이고 무작위 채굴 시에는 산소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심해생물들이 질식해 ‘죽은 바다’가 될 수도 있다 함이다. 실로 개발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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