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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경제 공간으로 활용하자. 양식장의 악령(惡靈) 「적조(赤潮)」
  • 기사등록 2025-04-29 17: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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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훈교수(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바다는 어민(漁民)에겐 생계의 현장이다. 예로부터 먼바다(遠洋)로 나가 물고기를 잡으면 ‘원양어업’이라 하고 가까운 바다(沿岸)에서라면 ‘연안어업’이라 하였다. 이들은 모두 ‘잡는 어업’이었다. 그런데 지난 세기 80년대 초부터 이른바 ‘기르는 어업’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가두리 양식(cage culture)’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그물이나 철망으로 만든 ‘가두리’에 새끼 물고기를 넣어 수면에 띄우거나 수중에 가라앉혀 적절한 사료를 줘서 어른 고기로 키워 출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넙치(광어)양식에 가장 널리 활용되었고, 조피볼락(우럭)이나 참돔도 이 방식으로 키워내 어민 수익에 큰 몫을 담당하였다. 


문제는 이 시기부터 여름철만 되면 소위 ‘적조(赤潮, Red tide)’란 놈이 고개를 크게 쳐 든 것이다. 어민들에겐 정말 지긋지긋하다. 적조가 뜨면 물속에 산소를 많이 소비해 산소농도(DO)가 낮아져 어류나 조개류를 질식시켜 죽게 하고 때론 독성물질도 뿜어내 해양생물을 폐사하여 먹이사슬이 붕괴하고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들게 한다. 또 이런 어패류를 먹으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해서 가히 ‘양식장의 악령(惡靈)’이라 할만하다. 최대 피해가 발생했던 1995년 8월의 예를 보면, 어패류의 대량폐사 등으로 그 피해액이 약 746억 원으로 기록되었다. 흥미로운 건, 주로 남해에서 발생했던 것이 동해 연안에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적조가 왜 생기나 따져보면 인재(人災) 탓이 크다. 육지로부터 농업, 하수, 공장폐수 등이 다량으로 유출되면 바닷물에 질소(N)와 인(P)과 같은 영양염(營養鹽)이 급증하고(흔히 ‘부영양화’라 한다) 여기에 수온이 높아지면 적조를 일으키는 조류(藻類)가 급성장한다. 게다가 바닷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거나 하면 한 곳에 떼 지어 모여 더 무섭다. 이 ‘악령’ 중에서 한반도 근해에서는 코클로디니움과 같은 조류가 제일 흔하게 발생하였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1967년 남해에서 최초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큰 규모로 장기간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진해 당동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국사기 161년 기록에서 최초로 등장하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81회나 기록됐다 하여 예로부터 발생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많은 학자가 적조의 가장 오래된 발생기록을 성경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출애굽기 7장 20~21절에 “강물이 모두 피로 변하여 고기가 죽고 물은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었다.”라는 구절에서다. 이를테면 모세의 10대 재앙 중 하나로 기록되는 ‘핏빛 나일강’의 출현이다. 여기서 ‘물에서 나는 악취’는 적조로 인한 물고기의 폐사에서 비롯됐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독성 적조의 하나인 ‘알렉산드리움’의 최초표본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라는 지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태풍이 통과하면 적조가 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조사된 바로는 태풍이 지나면서 저층의 냉수를 뿜어 올려 해수를 크게 뒤섞어 적조가 좋아하는 표층의 더운물(20~25℃)을 식히고, 세찬 바람으로 군집(群集)된 적조를 분산시킨 탓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전호(前號)에서 지적한 것처럼, 태풍은 수중의 빠른 음파로 물고기의 대피를 미리 알리는 ‘소방수’일 뿐만 아니라 적조를 없애는 ‘청소부’ 소임도 수행하는 셈이다. 실로, ‘태풍이 바다에 미치는 역할’에 연구의 방점을 찍을 만한 대목이 아닐까. 


우리가 강조해 온 ‘바다를 경제 공간으로 활용’하려면, 해마다 연안 양식업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적조’도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관련 산업체마다 바다로 나가는 오염된 유출수를 잘 정수(淨水)해 방류하여 부영양화(富營養化)를 해소해야 하고, 적조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친환경 양식기술 도입과 수질 관리 강화 등 지속적인 적조 방제(防除)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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