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겸 시인/발행인

너무나 힘들다 그냥 무너지고 싶은 상황이다. 하늘은 온종일 울고 있다. 오늘은 지구의 날이라고 한다. 지구가 나인가 내가 지구인가 왜이리도 너와 나는 운명을 같이 하듯 함께 가고 있구나. 아마도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과도 같은 상황이려니 참 이내 몸도 옛 선인의 본을 깨우치고 있나보다. 그 동안 꾹꾹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힘을내라!! 힘을내라! 힘을내라!

지난 주말 허리의 협착과 무릎에 물차오름으로 침을 맞았다. 그리고 침 몸살을 하듯 나의 온전신이 다 뻐근하고 아프다. 나의 몸은 비에 젖은 고목마냥 차갑고 검은빛의 얼굴로 우두커니 서있다. 사무실에 하루종일 앉아 네모란 모니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나는 글쟁이 시인이고 기자이다. 그래서인지 글이 안쓰지면 나도 모르게 어느 덧 입속엔 달콤한 초코릿과 사탕을 한가득 물고 있다. 

오십년 넘게 이렇게 하니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 비정상이지 위 상체의 하중을 견디다 못해 허리의 중심부 3번 4번에 심한 협착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몸이 자연의 법칙 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감사한다, 나도 자연의 일부인 자연이기에 가능한 일이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또한 자연은 자생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든가 비록 게을러 꾸준한 운동을 못해 이 지경이지만 그래도 좋은 침술을 가진 선생님께 나의 몸을 맡기며 정상적인 작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에도 감사한다. 

을사년 곡우절날 한 해의 농사를 기원하듯 비가 내리고 나는 태어나 가 본적 없는 고성의 거류산 아래 봉림이라는 마을, 봉황이 살고 있는 숲의 동네 속 중심부에 누워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침과 대침을 맞으며 지구의 한 점을 조율하듯이 꼼작하지 못하고 내 몸을 침술선생님께 맡기고 있을 뿐이다. 아!! 이 곡우절날 고성의 거류산 아래 봉림의 중심에서 나의 지구를 다시금 조율하는 이 신묘하고 깊은 작업을 한 것이다. 누가 계획했을까? 이 곡우에 모든 풍성한 과실을 기원하며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는 이 거룩한 날에 말이다.

이틀이 지난 오늘은 ‘지구의 날’이다. 아픈 지구를 다시금 정화하듯이 장침과 대침으로 지구의 중심부의 신경계와 혈의 그리고 기혈을 찾아 막히고 꼬여있는 부분 부분들을 조율하였다. 지구가 아프지 않게 그리고 탁하지 않게 순하게 본 자리로 돌아가는 그 일을 행한 것이다. 마음은 새롭고 생각은 맑고 행동은 바르게 나의 몸이 소중하여 거룩한 삶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내 몸이 내 몸인듯 하여 얼마나 경거망동(經擧妄動)하였는지 보게 된다. 나의 눈빛이 고요하지 못하고 나의 입이 무겁지 못하고 나의 귀가 진중하지 못했던 세월, 그 어리석음이 얼마나 차고도 넘쳤는지 그 시절에 대해 깊이 참회하며 이로 인해 나의 가장 가까이 있어 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만들었던 것을 알게 되니 부끄러운 시간들에 얼굴을 못들겠다. 하마 김삿갓 시인의 심정을 내 이제 알 것같으니 참 하늘 볼 낯이 없는 인생이다.

지구의 날, 다시금 조율한 몸을 살핀다. 아프지 않게 골병들어 고통 속에 있지 않길 밝고 맑은 마음의 그 자리에 나를 세운다. 그리고 새롭게 다짐한다. 우리는 우주이다. 우리는 지구이다. 지구의 일부분이면서 전체이고 전체이면서 일부분이다. 결코 그대외 내가 다르지 않고 내가 그대이고 그대가 나인 것을 부족한 반백년의 인생에 나의 그대가 보인다. 그대 사랑합니다. 그대 힘내세요. 나의 그대여! 오늘은 그대의 날입니다. 바로 당신 지구의 날입니다. 

오늘 그대의 지구는 안녕하십니까?

오다겸 시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