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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바닷가를 거닐면 허구한 날 밀려오는 파도를 본다. 새하얀 거품이라도 싣고 와 부서지는 모양이라도 보면 가히 낭만적이다. 그런데 이런 파도 중에서 때때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연안해역에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괴물 같은’ 파도가 있다. 근년에 들어 널리 알려진 소위「쓰나미(津波, Tsunami)」다. 


이놈이 무서운 건, 한번 바다에 떴다 하면 전광석화처럼 쏜살같이 연안으로 달려와서다. 태평양처럼 수심이 깊은 곳에선(평균수심 약 4,280m) 시속 800~900km로 날아가는 항공기와 맞먹을 정도다. 그러니 감히 ‘바다의 제트기’라 할만하다. 


여기서 잠시, 쓰나미가 발생하는 과정을 쉽게 정리해보자. 바다 밑바닥에서 어떤 지각 활동(地震)으로 해저가 마치 낙타 등처럼 솟아 오르거나 내려앉으면 거기 물기둥(水柱, water column)도 덩달아 솟아 오르거나 내려앉아 호수의 파문이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듯 사방으로 파도(물기둥)가 퍼져가는 게 쓰나미다.


흥미로운 건, 먼바다에서 항해 중인 선박은 이 쓰나미가 지나가더라도 모를 정도인데 수심이 얕은 연안에 다가올수록 파도가 급히 커져서 크게 범람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2011년 3월, 일본 동북 지방을 덮친 쓰나미는 진도 9.1의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하여 연안에서 최대 40m 이상의 파도가 몰려와 사망·실종·부상자가 32,000여 명, 이재민이 약 47만 여 명에 달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福島)의 원자력발전소까지 폭발하여 이후 여러 해에 걸친 피해 총액이 16조~25조 엔(한화 약 160조 원~250조 원)으로 추산되었다. 


이런 엄청난 참사(慘事)가 발생한 이유는 워낙 큰 규모의 지진이기도 했지만, 고작 연안에서 약 72km밖에 안 떨어진 해저에서 발생해 쓰나미가 연안에 도달하기 수분도 채 안 걸렸을 터라 제대로 대피를 못 한 까닭이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나라는 지진 다발 해역인 ‘환태평양 지진대’와 떨어져 있어 쓰나미 피해가 작다는 점이다. 서해(평균 수심 약 44m)나 남해(평균수심 약 100m)처럼 수심이 얕은 대륙붕이 발달해 지진 발생이 적은 탓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서해·남해에서 쓰나미 피해 정보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로선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참고로, 2009년 국내에서 제작 방영돼 관객 수가 천만이 넘는 대흥행을 기록했던 영화 ‘해운대’는 판타지일 뿐 현실에서는 거의 발생할 수가 없다.

문제는 동해다. 흔하지는 않지만, 기록된 바로는 지난 40여 년 동안 약 3회 정도 쓰나미가 발생했다. 게다가 동해는 수심이 깊어(평균수심, 약 1,684m) 아무리 먼 바다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1~2시간 안에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세기 1983년 5월에 일본 아키타 서부(80km) 해역에서 진도 7.7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를 보자. 일본 연안 쪽에는 최대 약 14m의 파고가 덮쳐 사상자 428명, 가옥파괴·유실 1,584채, 선박 피해 2,598척 등으로 조사되어 큰 피해를 줬다. 반면,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는 울릉도, 속초, 포항 순으로 약 1시간 15분~59분 뒤에 최대 파고 1m~2m의 파가 도달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인명피해도 5명 내외였고 약 4억여 원의 재산 피해를 끼쳐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으로 조사되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언제 큰 쓰나미가 내습해 올지 알 수 없으니 항시 경계 태세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재미있는 건, 쓰나미가 몰려오는 소리에 육상동물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04년 인도양 지진(M8.8)이 발생했을 때 스리랑카(Sri Lanka)에서는 코끼리들이 쓰나미에 미리 반응하여 내륙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실제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적더라도, 쓰나미와 관련해 동물 반응 실험을 권할 만하다. 만일 유의(有意)한 결과를 얻는다면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홍철훈(해양물리학·어장학 전공) hongch06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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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5 1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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