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이정자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은 영남 지역의 대형 산불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용산 대통령실의 태극기와 국가 원수의 상징인 봉황기가 내려졌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정치 시계가 멈춘 12월3일. 대한민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몸서리쳤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정치적·경제적 등 나라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었다. 즉각 계엄이 해제되긴 했지만 그 여파는 4개월간 한국 경제를 짓눌렀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확실성이 크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에 따른 여파로 투자, 소비, 고용, 생산 등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한다는 것 이외에 경제 뉴스가 메인으로 올라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내우외환 속에서 국내 경제 이슈가 무슨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계속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주목받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떠드는 ‘몇십 년 후 한국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식의 거대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 성장의 이상 기류에 관한 이야기다.
경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지수가 작년 12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따르면 당시 경제불확실성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EPU Index)는 523.99로 치솟았다. 이는 센터가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발표 후 환율은 급등했다.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1천400원대던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단숨에 1천440원을 돌파했다. 당시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천430원대까지 오른 건 2022년 10월26일(장중 고가 1천43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천440원~1천460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때 1천486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1천500원을 넘보기도 했다.
국내 증시도 역시도 힘을 받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12월 9일 2천360로 연중 최저치까지 내렸다. 반등이 이뤄지면서 2천700선을 바라보던 코스피는 다시 힘 없이 2천5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면서 증시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악화일로였다.
결국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됐다. 헌재는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국회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헌정사상 두 번째 파면 결정이다. 윤 대통령 파면과 다음 대선 시간표가 나오면서 넉 달간 우리 경제를 짓누른 불확실성이 일부 제거됐다.
12월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이 사태는 4개월 만에 마무리된 듯 보였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소추권이 사라진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 14일 부터 형사재판에 출석해야 하며 기타 수사도 받아야 한다. 윤대통령이 임기 3년도 못 채우고 하차할지는 누구도 상상 못 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성큼 다가온 6월초 대선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산불 피해가 아물기도 전에 국가적인 대행사를 맞아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6공화국의 체제의 헌정사를 보면 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전직 대통령이 탄핵 되거나 파면 됐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이번 탄핵 선고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 지수가 상승하고 환율도 하락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 파면 직후 원·달러 환율도 1천430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2년 5개월만 최대 낙폭이다.
윤 대통령 파면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대한민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4월 3일 전 세계를 뒤흔든 미국 상호관세 행정명령 발표다. 한국에는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관세도 조만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국내 경기 둔화 속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 모두 관세 충격에 휩싸이게 되면서 한국 경제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하면서 중소기업 고민이 깊다. 대외 의존도가 큰 충북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내수부진 장기화에 따라 도내 기업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여기에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은 날로 늘어 지역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 분열돼야 하는지 한탄스럽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세태가 만연해 있다. 윈윈할 수 있는 ‘우리’라는 솔루션은 배제되고 상대가 망해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세상, 그것은 사회 문제를 넘어 결국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