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훈 칼럼리스트
(홍철훈/부경대학교 명예교수)
오늘날 바다는 경제현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오죽하면「블루오션(Blue Ocean)」이란 말이 나왔을까. 그야말로, 바다(해양)를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 모험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보면서 산업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특히 삼면(三面)이 바다에 접하면서도 오랫동안 중국의 대륙문화 영향에 젖어 바다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지 못했던 우리에게는 새로운 인식전환을 요구하는 유익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난 2012년 여수에서 개최되어 크게 성공한 「여수세계박람회」도 사업 성격에「블루오션」 개념을 담아 그 주제를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으로 정해, 지역발전은 물론 해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크게 모은 바 있었다.
바다를「경제대상공간」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그「공간」에서는 어떤 현상들이 발생하는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태풍이 내습하는데 무역선을 함부로 바다에 내보낼 수 없고, 적조가 흔히 발생하는 해역에 양식 어장을 개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고기들의 집산지, 「어장(漁場)」도 해양의 수온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이젠 일상어가 된 「엘니뇨(El Niño)」와 같은 전 지구적인 해양 이변도 실은 대기와의 상호작용으로 발발한다. 또 연안역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쓰나미도 해양지각 변동으로 생긴다. 이러한 바다의 현상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생활 뿐만이 아니라 경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이들 현상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노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바다를 실제적인 경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바다 현상과 경제와의 관련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한 예로 「엘니뇨」를 살펴보자. 지난 세기 1982~83년에 가장 큰 엘니뇨가 발생하였다. 여기서 잠시, 「엘니뇨」를 쉽게 정리해 보면, ‘적도 근해, 평소 차가운 페루 앞바다가 어떤 원인으로 따듯해진 현상’이다. 그러니까 엘니뇨는 해양 수온의 이상(異狀) 현상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실로 무시무시하다. 엘니뇨로 인한 수온 변화로 먹이 사슬이 깨져 해양 생태계가 크게 무너졌다.
한 예로, 갈라파고스펭귄의 개체수는 77%, 갈라파고스가마우지의 개체수는 49%나 감소하였다. 또 에콰도르에는 기상변동을 일으켜 폭우와 홍수피해가 극심해 경제적 피해가 4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반면에, 물고기와 새우어획량은 증가했으나 모기의 개체도 증가해 말라리아가 대유행하였다. 하와이제도에서는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하여 그로 인한 이재민이 500여 명이나 되었고 재산 피해가 3억 1200만 달러로 기록되었다.
또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는 역대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여 가축과 작물 손실로 그 피해가 1억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북미와 유라시아의 평균기온은 상승했고 미국 동부는 25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맞았다. 흥미로운 건, 한반도 주변 바다에도 영향을 미쳐, 같은 기간에 여름철 동해 평균 표면 수온은 –0.5℃ 정도 역(逆)으로 하강했고 겨울철에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엘니뇨는 적도 근해 페루 앞바다에서 발생했는데 그 생태적, 환경적, 경제적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했다는 점이다. 경제적 피해액만 주목하면 전 세계적으로 그 추산액이 약 80억 달러에 달하였다.
<홍철훈 교수 약력>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해양물리학(해양수치모델링), 어장학 전공
-일본 동경대학 이학박사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 방문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