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지역 의료 서비스 부족 등으로 인해 의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증원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단순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흔히 의료계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가장 대표적인 시각은 아픈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주장은 작금의 의료계 파업을 대하는 방식으로는 적절한 접근법이 아닌 것 같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인데 왜 공부를 안 하는 것이냐고 질책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아 그렇지요!,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본분인데 제가 잊고 있었네요 라면서 바로 반성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있을까? 그런 식이다.
또 이번 파업의 경우 여론 또한 곱지 않다는 것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파업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처할 만한 파업의 이슈가 공감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현 의사협회 집행부는 얼마 전에 의료계 문제를 대화로 풀기로 하고 대 정부 협상단을 만들고 이들로 하여금 정부와 협상을 하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의정 협상단은 많은 부분에서 정부와 합의를 하였는데 돌연 의사협회 집행부는 자신들이 내세운 협상단이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하면서 모든 결정을 무효화하고 곧바로 파업 정국으로 몰았으니 회원들 또한 이 상황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한편 파업 결정 과정에서 보인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행동은 일반 회원들을 독려해야 할 의사회 리더들이 집행부의 파업 결정에 동의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서 생각해 볼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회원들이 파업 찬성에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 점이 의사협회가 파업을 선언한 든든한 논리의 배경인데 이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굳이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문구 올바른 의료 제도 확립을 위한 파업 찬반 투표입니다. 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아마 상당수의 회원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부에 대한 원망이 있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는 정도로 해석이 된다. 정부로서는 의료계의 요구에 충분한 성의를 보이고 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무척 억울할 것 같다. 정부가 지난 연말부터 제시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의료계의 반발을 불필요하게 불러일으켰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가만 들여다보면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을 과도하게 해석한 면이 없지 않다.
현재 한국의 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만성 질환과 복합적 건강 문제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50년에는 38.1%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의료 서비스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의료 자원을 최적화하는 수준을 넘어, 필수적으로 의사 수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의료 격차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방의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양질의 진료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대도시 중심으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지방 환자들의 의료 공백이 심화 되고 있다.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우려하는 과잉 경쟁과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려면,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사 수 부족은 단순한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5명보다 낮다. 인구 대비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는 잠재적 리스크이다.
그리고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병상 수나 의료 장비는 충분했지만, 현장에서 진료를 담당할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특히 중증 환자 치료를 담당할 의사들의 부족이 현장 대응을 어렵게 했다. 이는 의사 수 증원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사례로, 향후에도 대규모 감염병이나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증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