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소방서장 박기범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화염으로 인한 죽음보다는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쉽게 말해 신속히 비상구를 이용하여 대피를 하지 못하여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구로 사람들이 신속히 대피 할 수 있다면 사상자들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 마트, 터미널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가 운집하는 다중이용시설을 가게 되면 비상구 앞에다 물건이나 가구를 놓는 등 비상구로 대피할 수 없도록 막아버리는 경우를 간혹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선반 등으로 막힌 비상구로 대피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였다.
한편 2018년 경기 수원 지하 PC방 화재와 2022년 충북 청주 산부인과 화재는 비상구를 통해 신속하게 대피하여 대형화재임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 직원 및 관계자는 화재대피훈련을 통한 대피요령을 잘 숙지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평소 비상구 및 대피로의 관리가 잘된 사례이다.
이와 같이 비상구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보루와도 같다. 이러한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안전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동래소방서에서는 비상구 폐쇄·훼손 등 피난에 지장을 줄 경우 신고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의 계단이나 복도 통행로를 방해하거나 물건을 쌓아 두는 등 비상구를 폐쇄·훼손한 경우 신고 포상제의 신고 대상이 된다. 신고방법은 증빙자료와 함께 소방서에 제출하면 된다. 많은 시민들이 이 비상구 신고 포상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 영업주 및 건물 관계자들에게 비상구 확보에 대한 안전의식을 심어준다면 비상구를 폐쇄하는 행위는 근절될 것이다.
비상구 폐쇄·훼손 등 위반행위를 신고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건물관계자가 비상구의 확보는 자신과 이웃을 지키는 중요한 의무임을 인식하고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