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소방서장 김한효
겨울철이 성큼 다가오면서 소방차의 출동 사이렌 소리가 바빠지고 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발달된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되어 날이 급격히 추워지는데 자연스럽게 불과 열에 가까워져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겨울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증하여 공동주택에서의 화재 발생 빈도가 크게 높아진다.
우리나라 주택의 77%는 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 등 공동주택 형태로 이뤄져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공동주택에서 2만 4604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410명의 인명피해와 996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공동주택에서의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초기 진압이 중요한데 일부 공동주택의 좁은 주차공간·협소한 단지 내 도로요건 등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 진입을 지연시킨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은 언제부터인가 각 동 앞에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이라는 노란색 노면표시가 칠해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는 소방기본법 중 2018년 8월 10일 시행된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의 통행이 어려워 큰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례를 계기로 법제화되었다.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주로 각 동마다 설치하고, 노면표시 내부는 물론 해당 공간으로의 진입을 방해하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어, 소방차량의 아파트 각 동 전면으로의 신속한 진입을 가능케 하거나, 특수 소방차량(고가사다리차)의 배치 공간 확보 등에 효과적이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100세대 이상 아파트, 3층 이상의 기숙사에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다음의 방해 행위 ▲전용구역에 차를 주차하는 행위 ▲전용구역 내에 물건 등을 쌓는 행위 ▲전용구역 앞이나 뒤, 양 측면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하는 행위 ▲전용구역 진입로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해 전용구역으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행위 등에 과태료를 부과(1차 50만원, 2차 이상 100만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설치 대상은 2018년 8월 10일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한 공동주택으로,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한 소방차 전용구역의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입주민들의 성숙한 의식 아래 자율적으로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은 재난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첫 단추이다. 소방차 전용구역 진입로에, 혹은 좁은 도로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량의 출동이 지연되어 인명피해가 생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생명을 구하는 첫걸음, 소방차 길 터주기와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구역 비워두기라는 약속을 모두가 지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