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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문준 전무정부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에서 40%로 높여서 확정해버렸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8일 미래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타이틀로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국내 순수 배출량이 0이 되는 A·B 2개 안과 더불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 제시됐다.


한편 에너지가격이 계속적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급등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석유는 190%, 석탄은 450%, 천연가스는 200% 인상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특히 며칠전에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지역으로 공급되는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사이에 무려 40%나 뛰어 오르기도 했다.가격 인상과 비례한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에너지가격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을 보인다.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재고비용이 높기 때문에, 공급 초과가 일시적으로 발생하여도 바로 가격 하락과 생산설비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투자 감소는 일정 시차를 두고 공급능력을 감소시켜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 부족 현상이 오면서 가격은 다시 인상되는 기미를 보인다.  따라서 이번 에너지가격 인상도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기 순환적 성격의 인상이라면 단기적으로 안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으로 시작된 에너지수급체계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가격 인상 즉 그린플레이션 현상이라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서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화석에너지의 생산은 줄고 에너지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의 퇴출과정에서 화석에너지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이번 가격 인상을 그린플레이션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조짐이 에너지시장과 투자시장에서 관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석유 증산을 요청하였으나, OPEC은 석유생산 계획의 변경은 없다며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유가가 인상되면 대체로 석유의 판매수입을 늘리기 위해 증산에 나섰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투자시장에서도 과거와 확연히 다른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석유와 가스 가격의 인상은 즉각적으로 관련 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투자 증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투자가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작년에 경험한 가격 폭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이유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한 때 석유가격이 -30달러까지 대폭락하는 믿기 어려운 경험을 한 것이 불과 15개월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석유시장이 과거와 달리 반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이번 가격인상의 중요 원인을 탄소중립에 의한 그린플레이션에서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탄소중립은 화석에너지의 완전 퇴출을 의미한다. 뒤집어서 해석하면,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는 향후 30년 동안에는 화석에너지는 사용량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중요 에너지원의 역할은 계속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강조되고 있다. 화석에너지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모순된 신호가 감지된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화석에너지의 신규 자원개발 투자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이런 경고가 없어도 2050년 이후 사용이 중단될지도 모를 화석에너지 확보를 위해 투자의 회임기간이 30년 이상 되는 자원개발 사업에 나설 투자자는 많지 않다. 


특히 석탄사업 신규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은 석탄 공급능력을 빠르게 퇴화시켜 석탄수급 불균형이 만성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수요는 여전한데 공급능력이 확충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탄소중립 그린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힘겹게 한다. 더욱이 탄소중립이 그린플레이션에 허를 찔려 사회적 수용성을 상실하면 탄소중립 실현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탄소중립은 무작정 서둘러서는 도달할 수 없는 초장기적 목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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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0-20 08: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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