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부소방서 홍보주임 소방위 허종배
높고 청명한 하늘, 기분 좋은 바람, 아름다운 단풍과 낙엽 길, 풍요로운 추석까지 가을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소방관으로서 가을을 생각하면 태풍이라는 불청객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역대 최악의 태풍은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1959년 ‘사라’는 나흘 동안 849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02년 ‘루사’는 246명의 인명피해, 5조 원에 육박하는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그 뒤를 이어 2003년 ‘매미’, 2016년 ‘차바’ 그리고 2021년 9월 10일 기준 제14호 태풍 ‘찬투’가 한반도 북상 가능성을 앞두고 있다.
소방서에서도 가을 태풍 대비 기상예보를 항상 주시하며 긴급구조대응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부산 중부소방서 관내에는 자갈치, 국제시장, 부평 깡통시장을 비롯한 많은 전통시장과 지하가 및 다중이용업소가 밀집해 있고 고지대, 산복도로의 오래된 주택들이 많아 더욱 태풍에 취약하다. 따라서 태풍 발생 시 다음과 같은 행동 요령을 소개한다.
첫째 외출은 최대한 자제한다. 태풍 발생 시 가장 빈번한 출동은 강풍에 의한 간판, 유리창 파손, 나뭇가지 등의 낙하물 피해다. 따라서 지붕이나 간판은 미리 점검하고 창문은 테이프 등으로 창틀에 단단하게 고정한다. 불가피하게 외출 시 유리창 및 공사장, 건물 간판 근처는 피하고 넓은 공터나 건물 안으로 다녀야 한다.
둘째,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다. 태풍이 오는 와중에 갯바위나 테트라포드에서 낚시를 하다 급격히 불어난 바닷물에 고립되어 구조되는 출동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출입자제 안내 등을 어기고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 때문에 일어난 사고는 본인뿐 아니라 구조대원 등 타인까지 위험에 몰아넣는다. 또한, 인명구조와 사고현장 복구 등에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셋째, 비긴급 신고를 자제한다. 지난 태풍 ‘마이삭’이 상륙할 당시 부산 소방에 1시간 만에 3천 건이 넘는 신고가 폭주해 당시 평소 22대를 운영하던 전화 접수대를 67대로 증설해 운영했으나,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골든타임이 필요한 신고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급하지 않은 문의사항은 재난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하고 정전신고(☎123), 상수도(☎121), 일반민원(☎110)을 이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