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취재본부장
최근 비트코인,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2017년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열기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비트코인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데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 기호일 뿐이다. 이자나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2017∼2018년 처음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다. 갑자기 나타난 가상화폐란 생소한 상품에 직장인, 학생, 주부들까지 수십만 명이 밤잠 설치며 달려들었다. 개념과 정체, 의미, 미래 모두 혼란스러웠다.
3년여 만에 다시 가상화폐가 나라를 달구고 있다. 투자 계좌가 약300만개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금액이 20조 원을 넘는다. 주식시장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예전에는 비트코인이 대표 상품이었는데, 지금 사고 팔리는 가상화폐 가짓수는 잘 파악도 안 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한 수백 종의 잡(雜)코인이 대다수다. 전혀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이 국내 거래소만 200여 곳이 난립해 있고 사기(詐欺)도 속출한다.
세상에 나온 건 한참 됐지만, 불리는 이름도 가상화폐, 가상자산, 암호화폐 등으로 중구난방이다. 미래의 돈인지 도박꾼의 몽상(夢想)인지 알기 어렵다. 수백만 투자자들에게 그건 관심 밖이다. 거대한 ‘돈 놓고 돈 먹기’ 판이 벌어졌고, 더러 대박난 사람들도 있으니 한탕 노리고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한국에서 유난히 뜨겁다. 집 장만할 꿈은 멀어졌고, 부(富)의 사다리가 끊겨 미래가 불안한 20∼30대가 코인에 많이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에게 어떤 조언이 유효할까.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투자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다양한 2030 투자자들이 있다. 그중에는 물론 고이율, 고수익을 쫓다가 어느날 0원이 된 통장으로 트레이딩을 그만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암호 화폐 시장의 펀더멘탈을 꾸준히 분석하고 단기적인 흐름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한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산을 상당히 불렸다.
실제로 2030세대 상당수가 위험도가 높고 기대 수익률이 높은 알트코인 등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30 투자자들에게만 이런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증거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법정통화 유통량을 늘리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자산 가격이 폭등했고, 사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세대가 높은 수익률을 찾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 일로 2030이 욕을 먹거나 훈계를 들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요즘의 암호 화폐 열풍이 좀 걱정되긴 한다. 이렇게 산이 높아지면 그 후에 찾아올 골짜기도 깊은 법이니까.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진단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암호 화폐 과열이 걱정된다면 왜 시장이 과열됐는데 사회적인 냉각장치가 작동하지 않는지, 냉각장치는 어디에 있는지, 없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무턱대고 2030 투자자를 이상한 사람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
가상화폐는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 복잡한 수학적 계산으로 채굴(採掘)된다. 지폐 같은 실물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의 데이터로만 존재하고, 인터넷망에서 P2P(개인과 개인) 방식으로 분산 저장된다. 중앙은행이 가치와 교환을 보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하나로 만들어진 글로벌 초연결(超連結) 세상에서 실물보다 더 편리해진 디지털 자산이라는 것이다.
화폐로 사용될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화폐를 대체할 것 같지는 않다. 어떤 관점으로 봐도 별다른 가치를 발견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하나에 몇천만원씩 한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데 높은 가격이니 버블, 투기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비판자들은 가치가 없는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본다. 비이성적인 사회 현상일 뿐이고, 머지않아 사회가 이성을 찾으면 비트코인 가격은 대폭락할 으로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