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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청년시절 자부심과 승부욕이 매우 강했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구변으로 상대방을 곤경에 몰아넣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의 인간관계는 좋지 않았다. 


어느 날 프랭클린은 교수를 찾아가게 되었다. 무심코 교수의 집안으로 들어서던 프랭크린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질렀다. 키가 큰 트랭크린이 유난히 지붕이 낮은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머리 숙이는 것을 몰라 문틀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었다. 


이를 본 교수가 싱긋 웃으며 이런 충고의 말을 던졌다. “이 보게, 이곳에 들어서자마다 교훈 하나를 잘 얻었구만,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자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걸세.”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은 프랭클린은 사소한 일에도 승부욕을 불태우며 잘난척 하던 자신의 단점을 고치고 겸손함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사람이 되었고, 뛰어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쉽사리 패배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이다. 


프랭클린이 그러한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평생토록 그러한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수두룩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문틀」에 수없이 부딪혀 머리를 감싸 쥐면서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의 인생이 불행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큰 인물은 인생의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치켜세운 채, 자신 만만하게 걸어가야 할 때도 있으며, 심지어는 무릎을 꿇고 기어가야 할 때도 있다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예컨대 비좁은 땅굴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어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보스러운 짓이 아니겠는가? 한신(韓信)은 어릴 때 다른 아이들의 사타구니 밑을 기어야 하는 수모를 참아내었고, 그 후에 유방의 최고 사령관직에 올라 전쟁의 영웅이 되어 촉(蜀)나라 건국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당(唐)나라의 충직한 대신인 적인걸(狄仁傑)은 간신 내준신(來俊臣)의 모함으로 측천무후에 의해 감옥에 투옥되었다. 내준신은 적인걸에게 모반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측천무후를 꼬드겼다. 적인걸이 반란을 꾀했다는 사실만 거짓 자백하면 사형을 면해주겠다고 유도 심문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심문이 시작되었을 때 내준신이 측천무후의 교지를 읽어 내릴 때였다. 성품이 강직하여 완강히 부인할 줄 알았던 적인걸은 뜻밖에도 즉시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죽을 죄였다고 하면서 모반사실을 서슴없이 허위로 자백하였다. 내준신은 그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별 수 없이 교지에 따라 사형을 면하고 따로 황명이 내릴 때까지 감옥에 가둬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판관 왕덕수(王德壽)는 적인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른 조정 관원 서너명에게 덤터기를 씌우면 죄가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적인걸은 말했다. “황상 앞에서 맹세 하네만 난 모반을 꾀한 적이 없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관련이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무고하여 해칠 수 있겠나?” 말을 마치자 그는 대청의 커다란 기둥을 향해 달려 들어 머리를 박았다. 깜짝 놀란 왕덕수는 적인걸을 잠시 방으로 옮겨 상처를 치료하게 했다. 


이때 적인걸은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손수건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혈서를 썼다. 그리고는 자신의 누비저고리를 찢어 그 안에 숨긴 뒤 왕덕수에게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 “피범벅이 돼서 입을 수가 없네. 우리 집에 보내서 깨끗이 빨아서 다시 가져 오라고 전해주게.” 왕덕수로부터 옷을 받은 적인걸의 가족은 옷사이에 숨겨진 혈서를 발견하고 측천무후에게 상소를 올렸다. 


측천무후는 적인걸을 직접 신문하며 물었다. “억울한 누명을 썼는데 애당초 모반죄를 왜 자백했느냐?” “그때 허위로 자백하지 않았다면 혹독한 고문에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겁니다.“ 총명한 측천무후는 적인걸이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무죄로 석방했다. 


적인걸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 재빨리 고개를 숙임으로써 명철하고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자신의 목숨을 위해 남을 해치기 않는다는 삶의 원칙을 굳건히 지켜서 큰 인물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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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06 14: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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