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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생갈비촌[부산경제신문/정석근 기자]


업력 20년인 풍산 생갈비촌 김미정 사장은 한상차림을 내는 고깃집이 한국 요식업의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고기는 생고기 맛으로 먹어야 하고 꼭 싱싱한 제철 야채를 곁들여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20년째 고기를 구워온 집이다. 풍산 생 갈비촌이란 이름으로 창업해 지금까지 많은 단골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부산시 중구 부평동에 있다. 부평동에 각종 음식점이 들어오면서 외식 문화가 꽃피던 시대의 산 증인 같은 곳이다. 


이 집 김미정 사장은 삼겹살과 생갈비 하면 한국인의 구이 사랑부터 떠오른다고 하며 한국 사람은 굽는 재미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웃음). 불에 굽고, 직접 담은 김치류· 제철 쌈거리· 샐러드와 각종 반찬까지 너끈히 한상차림을 내는 이 생 갈비집은, 어쩌면 한국 요식업만이 가진 문화적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겹살과 생갈비는 힘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한국 대표의 음식이고, 잘 숙성한 삼겹살과 생갈비를 석쇠에 올려 구우면 군침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에 단골손님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게 된다.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돼지고기가 소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적어도 조선시대 이후 1980년대까지, 한민족의 대표적인 고기는 소고기였다. 예부터 중국에서 고기 육(肉)의 기본값은 돼지고기였다. 하지만 조선에서 고기란 곧 소고기였다. 


구이든 찜이든, 불고기에서든 갈비에서든 소고기가 기본값이었다. 조선의 상류계층은 숯불 피운 화로에서 소고기를 구우며 술 한잔 기울이고, 여기에 표고버섯과 장국까지 곁들인 난로회(煖爐會)라는 식도락 유희를 일찌감치 완성했다. 최근 100년의 외식업을 통해 새로이 태어난 불고기 또한 소고기를 전제로 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대중식당의 기본 품목으로 떠오른 설렁탕, 냉면의 육수 또한 한국인의 소고기 선호와 잇닿아 있다.


해방이 되고도 그랬다. 한국전쟁 이후 신문에 광고까지 하면서 영업한 음식점의 불고기, 불고기와 나란한 품목이었던 스키야키(일식 불고기 전골), 갈비구이도 소고기가 기본이다. 1980년대 초반 신문 기사에서 한국인의 유난한 소고기 선호 때문에 양돈 산업과 돼지고기 음식 문화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걱정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서민 대중은 소고기를 그리워하며 돼지고기를 먹었다.


풍산 생갈비촌 김미정 사장김미정 사장은 돼지 생 갈비의 매력을 이렇게 정리한다. 불기운을 쐬면서 고기 색이 점점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짙어져요. 노릇해지면서 고소한 냄새가 함께 어우러지죠. 생고기의 매력은 우리 생갈비촌보다 더 잘 갖춘 데도 없을 거예요.


이 집의 다양한 반찬과 사이드 메뉴 문제도 그렇다. 반찬만 타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채로운 구성의 매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이른바 김치는 새벽시장에 가서 배추와 고춧가루 등을 구입하여 직접 담그고, 쌈 종류도 매일 매일 싱싱한 것으로 구매하고 한국식 샐러드 역시 대중식당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김사장은 생각한다. 반찬 몇 가지줄이고 중국산 김치로 ‘마진’을 높여도 될 성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상차림은 손님들과 오랜 약속 이라고 한다. 


요식업에서 장보기는 김미정 사장 영업방침의 핵심이다. 요식업의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이성적이지만은 않다. 장을 보면서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김 사장은 "내가 재료 보는 안목, 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거래처도 신경을 씁니다. 좋은 물건을 골라본 사람만이 정말 좋은 거래처를 고를 수 있죠."라고 강조한다.


가게 문은 조금 늣게 열지만 이집 사장은 새벽에 김해로 출근해 고기를 직접 고르고 다음에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가서 야채를 직접 골라 손질하여 손님상에 올리고 퇴근은 밤늦게 한다. 길고 긴 노동시간이지만 단골손님들이 마음 편히 술 한잔기울이며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면 피곤함도 잊는다고 한다. 


날마다 수많은 사람을 대하지만, 사실 일하는 모든 시간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만하면 완벽하다고 자신을 속이면 결국 일을 망친다. 그래서 김 사장은 장사의 달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사람들과 음식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은 영 불편하다. 오히려 요식업 종사자들로 하여금 음식 장사란 무엇인가를 성찰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김미정 사장은 음식문화 운동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 인류학, 경제학을 공부하는 자리에도 나간다. 심지어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신에겐 육식 및 잡식 동물의 딜레마까지도 화두라고 했다. 지속 가능한 고기 소비, 축산의 조건까지도 그는 고민한다. 꽤 거창하다고? 아니다. 돼지생고기 한 점에 깃든 요식업의 한 세상이 이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집 고기는 우리 입맛에 배신을 하지 않는다.


풍산 생갈비촌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 23번길 20-2 (051)245-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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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13 21: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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