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취재본부장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의문의 소리를 따라나서면서 부르는 Into the Unknown 겨울왕국2의 주제가이다. 불안감과 불확실, 두려움을 안고 엘사는 그 미지의소리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을 향해 과감하게 떠난다.2020년 자본시장. 내년의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를 예측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확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10년 주기설에 따른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이 다소 미안해할 정도로 급격한 경기 위축이나 금융위기는 도래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이 그 어느 해보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의견이 없어 보인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원인들 중에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을 임시로 봉합하는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진행과 이란과 미국의 갈등도 미국 내 정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드러난 국내의 소재, 부품, 장비산업의 부실한 기초체력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 경제가 가지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일본과의 화해는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미봉책에 불과한데, 미래지향적인 한, 일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실용적인 접근의 필요성도 있어야할 상황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정치, 외교, 안보 및 경제 환경이 내년의 국내 자본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기회이고,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은 소위 '야성'을 무기로 삼기에, 이러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로 촉발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지속되고, 관련 중소, 중견기업의 IPO(기업공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궁극적으로 일본 기업에 버금가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자본시장은 그 존재 의의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중소, 중견기업들이 공모자금을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경험 없는 산업이나 업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거나 상장회사로서의 경영투명성과 내부통제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과 관점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주관 회사나 법무법인이 컨설팅과 자문을 적절히 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심사도 이러한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기업 증가도 우려된다. 외부감사 결과가 공시되는 3월 말 4월 초에 퇴출 기업의 증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엄격해진 외부감사인의 감사기준과 감사관행의 변화는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다수의 부정적 의견이 결과적으로 많은 상장폐지기업이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엘사가 미지의 세계로 돌진하고 진실을 발견한 뒤 결국 다섯 번째 융합 정령이 되어 자연과 하나 될 수 있었던 것은 엘사를 사랑하는 그의 여동생 안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불확실이 가득한 대한민국의 자본시장도 사랑하는 동료가 곁에 있다면 멋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