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전후(前後) 합쳐 400년간 이어진 한제국(漢帝國)은 외척인 왕망(王莽)의 찬탈로 일단 중단되지만 왕망의 정권은 불과 15년만에 무너지고 한왕실의 혈통인 유수(劉秀) : 후에 光武帝)에 의해 한제국은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유수가 동란중에 군사를 일으켰을 때 각 지방의 토호 세력들에게 격문을 보내자 모두가 “그처럼 온후한 분께서 반란을 일으켰는가”하며 속속 그의 진영에 가담해 왔다.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의 일이다. 고향인 남양(南陽)으로 행차하여 주연은 열고 친족 등을 초대한 자리에서 숙모들이 “부끄러워하여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고 오로지 부드러움(온순)만이 장점이었던 저 아이가 용케도 황제가 되었구나”하며 어린시절의 추억담을 늘어 놓았다. 


그 말을 들은 광무제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저는 천하를 다스리는 데도 부드러움으로 일관하려고 합니다” 광무제(재위 25∼57년)는 「부드러움이 억셈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고대 병법서에 있는 말을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방침으로 삼았다. 


전란이 장기간 계속되었기 때문에 황제 자신도 군대를 동원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웬만한 긴급한 사태가 아니면 군사를 동원하지 않았다. 흉노의 국력이 쇠약해지자 장군들이 이 기회에 흉노를 멸망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출병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무력행사를 주장하는 장군이나 대신들이 없어졌다. 이러한 광무제의 부드러운 자세는 부하를 대할 때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신하중에 송홍(宋弘)은 강직한 인물이 있었다. 


광무제의 누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과부가 되어 있을 때 그녀는 송홍을 열렬히 사모하고 있었다. 송홍이 대궐에 들어오면 언제나 옥좌의 병풍 뒤에 숨어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광무제는 누님의 뜻을 이뤄주려고 어느날 대궐에 들어온 송홍에게 이런 말을 했다. “흔히들 부자가 되면 친구를 바꾸고, 높은 신분이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이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것이겠지.” 누님을 그의 아내로 맞아주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걸어 본 것이다. 


그러자 송홍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가난할 때의 친구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고생을 함께 한 아내를 어찌 내쫓을 수 있겠습니까.” 광무제는 누님(병풍)을 보며 “누님, 이 사람은 단념하세요”라고 말했다. 그후 광무제의 누님인 호양공주는 더 이상 송홍에게 마음을 두지 않았다. 


이 때의 송홍의 말을 한문으로 옮겨보면 ‘빈천지교불하망(貧賤之交不下忘)하고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다. 조(糟)는 지게미, 강(糠)은 겨이다. 지게미와 겨와 같이 변변치 못한 것을 서로 나누어 먹고 고생한 아내가 조강지처인 것이다. 


또 낙양의 장관인 동선(董宣)은 강직한 것으로는 송홍에 뒤지지 않았다. 언젠가 공주의 총애를 받는 하인이 살인사건을 일으키고는 공주의 저택안으로 도망쳤다. 관리는 공주가 두려워 체포하지 못했다. 


이것을 안 동선은 공주가 외출한 때를 기다렸다가 마차에 같이 타고 있던 하인을 끌어내어 그 자리에서 타살해 버렸다. 황제의 누님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공주는 황제에게 처벌을 호소했다. 황제는 동선더러 공주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할 것을 명령했지만 동선은 끝까지 사죄를 거부했다.


“이 고집 센 녀석, 냉큼 눈 앞에서 꺼져 버려라.” 광무제는 이렇게 말하면서 돈 30만 냥을 그에게 하사했다. 또 황제는 자기의 의사를 거역할 것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었다. 


한번은 주당(周當)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관직에 등용하게 되었다. 주당은 초청에 응하여 대궐에 왔지만 관직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보통으로 머리를 숙일 따름이어서 신하가 황제에게 행할 예의마저 취하지 않았다. 


한 신하가 그의 불경한 태도를 꾸짖자 황제는 신하를 만류하였다. “고대로부터 명왕(明王)이나 성왕(聖王) 밑에는 군명(君命)에 따르지 않는 지사(志士)가 있는 법이다.” 황제는 이렇게 말하고 주당에게 비단을 하사한 뒤 그를 등용하는 일을 단념했다.


’최고 지도자로서 절대 권력을 부하에게 안이하게 행사하지 않는다‘는 이 말에 광무제의 그릇의 크기가 보인다. 자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그릇의 크기가 얼마만한 지 그의 언행을 보면 알수 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1-07 11:40:55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양야금공업
원음방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