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0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가 종결된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중재하지는 않겠지만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한-일 두 나라가 대화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외교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뜻 같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한 발 물러설 생각은 갖지 않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접견한 자리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해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아베 총리도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두 정상의 이 같은 발언은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국가 정상으로서 말할 수 있는 원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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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이 됐던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선 청와대는 '피해자의 동의 또는 양해', '일본 기업의 참여'라는 2가지 원칙하에 일본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상의 불씨를 남겨 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이미 한·미·일 군 수뇌부와 정부 관계자들이 물밑에서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묶어 두었던 '액체 불화수소' 수출을 처음으로 승인해 그동안 규제했던 3가지 품목을 모두 허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액체 불화수소 수출 승인이 정부에서는 ‘WTO 분쟁에 대비한 명분 쌓기’로 보고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한미일 3국이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로 본다면 조금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미국 정부도 지소미아 종결로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 보고 있고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일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직접적으로 지소미아 종결에 대해서 관여하지는 않은 것 같으면서 일본에 대한 은근한 압박일 수도 있다.
따라서 돈독한 한미 공조를 통해서 지소미아와 일본의 수출 규제 해결을 위해서 정치권은 물론 국력이 한 곳으로 모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맞물려 우리나라와 일본은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은 4배 인상인 80억 달러, 한국은 5배 인상인 50억 달러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면에서 1조3천억원이 넘는 방위비를 부담해 왔는데 50억 달러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입장만을 생각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주한 미군이 과연 한국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고 미국의 동아시아 전력 구축을 위해 주한 미군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면 50억 달러 인상 요구는 과도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인상 요구로 국내 여론이 반미 감정으로까지 번질 경우 한미 양국 간 동맹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미국은 간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5배 인상으로 압박을 가하는 협상술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의 대처 능력과 협상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긴밀한 협조와 협력으로 이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