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의 무역보복으로 시작된 일본과의 갈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 반 일본 열기가 무섭게 달아올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화와 협상의 길을 언급하면서 경색된 양국 관계에 변화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낙연 총리가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정부대표 자격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경제 보복사태가 이날로 100일째를 맞지만 일본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수출 규제철회를 비롯한 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출규제 사태 초기와 비교하면 다소나마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총리가 역할을 할 시기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 정서를 대변 한다고 자부해온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사는 물론 인터넷과 모바일 동영상까지 반일 정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반일 정서가 큰 흐름으로 가닥을 잡게 되면 언론의 속성 상 눈덩이가 커지 듯 확대되어 굴러가기 쉽다. 최근 일본 여행객수와 신용카드 사용액이 격감하고 맥주와 화장품, 유아용품, 사무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상품 수입이 크게 줄어 시장점유율이 바뀌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선제 보복에 나선 일본이 오히려 위기로 몰리고 있다는 식의 과장된 전망도 나온다. 지나친 반일 감정의 확산을 경계하는 사설이나 칼럼 등이 가끔 보이지만 아직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반일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반일 감정 확산에 당력을 집중하기도 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나타나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담은 보고서까지 공개돼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큰 대로변과 상가에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NO Japan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상가 입주자와 주민들로부터 지나치다는 항의를 듣고 철거하기도 했다.
반일과 극일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금융시장 혼란과 수출 차질 등 심각한 경제현안은 여론의 관심 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심화되는 세계 수출시장의 여건과 한일 간 갈등이 확산되는 추세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쯤으로 여기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어려운 현실 속에 외부 변수에 따른 불가피한 요인만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시장경제 원칙에 역행하는 정책들의 부작용이 누적돼 경제가 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수출시장의 불확실성과 갈등이 겹쳐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과 주52시간 근무제, 탈 원전 정책 등을 대표적인 반 시장 정책으로 지목할 수 있다. 게다가 여러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추진한 4대강 보 철거 방침 등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경제정책 결정에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많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을 미리 마련하고 수정과 보완을 거쳐 정책의 강도를 조절 하여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나 주52시간 근무제, 탈 원전 등 정책은 시행과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정부가 이미 수정 보완에 나섰다.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민간의 요구에 크게 미흡하거나 이마저 현실과 맞지 않아 폐기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반일 감정의 확산에 고무돼 경제 실정까지 어물쩍 덮고 넘어가려 하면 부작용이 크게 남아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 국민이 경제난으로 겪어야 할 수출 부진과 부도, 폐업, 실직의 고통은 깊어지고 자칫 경제적 번영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지나치게 선거의 표를 의식한 정책 결정은 부작용을 키우는 악순환을 불러 감당하기 어려운 큰 화를 불러올 위험이 높다는 경고를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