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신문/ 조재환 기자]
대리운전 기사가 고객 차량을 아파트 주차장 입구까지만 운전해주거나 주차까지 해주는 경우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대리운전 기사가 목적지 부근에서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어 고객을 내버려두고 갈 경우 음주운전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술을 마셨다면 어떠한 장소에서도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어서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하게 됐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자 일부 대리운전기사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고객을 태우고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다음 주차 등을 위해 추가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리운전 기사의 이 같은 행위가 음주운전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술에 취한 고객을 차에 두고 현장을 떠난 대리운전 기사가 음주운전 방조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리운전 기사는 목적지 부근에 있는 폭이 좁은 도로에서 고객과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자 차량을 정차한 후 시동과 라이트를 끈 채 내렸다. 고객이 "차를 이렇게 놔두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지만, 대리운전 기사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대리기사는 차에서 내린 뒤 고객이 차량을 빼려고 운전대를 잡자 경찰에 신고한 뒤 다가가 "방금 당신을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고 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사건 발생 당시 차량 내부용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저장됐다.
또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대리기사가 운전자를 그대로 두고 내린 뒤 신고하는 모습이 녹화돼 있었기 때문에 법원은 대리기사의 음주운전방조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정작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고객은 선고유예를 받았다.
검찰청 검사는 "음주운전 방조가 인정되려면 대리기사가 단순히 고객을 홀로 두고 떠나버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객이 음주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자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하는 등 음주운전을 할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증명돼 유죄 판결이 선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운전 기사가 악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충분히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