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휘 편집국장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공천달라’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애걸(?)하던 후보들이 洪만 오면 도망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과거 선거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가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다.
극단적인 반대 현상으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우리 지역에 한 번이라도 와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선거를 기억한다. 참으로 隔世之感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당시 박 전 대표만 선거 현장을 찾으면 구름처럼 청중이 몰려들고 그 청중들은 표로 연결돼 후보들을 승리로 이끄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를 ‘선거의 女王’으로 불렀다. 그것이 불과 10 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처음 충청 지원유세를 갔는데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가 현장에 없었다는 것.
처음에는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이어 열린 부산지원 유세에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마저도 없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급기야 홍 대표가 ‘서 후보 어디갔냐?’고까지 물었다고 하니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서 후보는 결국 홍 대표를 피해(?) 다른 지역 유세에 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 패싱’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어 방문한 울산 지원유세에서도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개최된 회의에 정작 김기현 후보는 참석조차 하지 않고 지역 유세에 들어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누구보다도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홍 대표가 크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 아닐 수 없다. 이들 후보들은 홍 대표의 지원(?)이 없었으면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들이 홍 패싱을 한 것이다.
결국 상경한 홍 대표는 지방 지원유세를 하지 않고 전략회의를 강하하기로 결론을 냈다. 명분은 그럴 싸 하다.
자유한국당에서는 ‘洪이 오면 표 깬다’는 볼멘 소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자유한국당의 현 주소다.
가뜩이나 남북, 북미 회담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더불어민주당의 푸른 깃발이 수도권, 부울경을 지나 TK 지역까지 불어닥치고 있는데 한국당의 이상한(?) 현상은 이번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짐작케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박근혜 치맛자락을 붙들고 현수막과 선거공보, 명함에는 후보 사진보다 더 크게 박근혜 사진을 걸었던 자유한국당은 이제 그 구심점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깃발만 꽂고 박근혜 사진만 붙이면 당선됐던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던 부울경, 대구, 경북도 이제 그런 시절은 다 갔다.
이들 지역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면 후보는 후보로서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대표의 도움으로, 다른 지원으로 당선이 되려고 하는 꿈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홍 대표도 이런 대접을 받을 것이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홍 대표도 스스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되돌아 볼 계기가 됐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보수가 멸망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보수는 자신들이 어떻게 해 왔는지 ‘홍 패싱’을 통해 되돌아보라는 지지층의 준엄한 경고 메시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