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휘 편집국장 기자
서지현 현직 여검사가 8년 전 벌어졌던 상관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미국에서 시작됐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대한민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檢事同一體 원칙, 上命下服을 목숨처럼 여기는 검찰 내에서 평검사가 검찰의 최고의 직이라 할 수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고발성 폭로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검사가 이 사실을 가슴에 묻고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자신에게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면서 서 검사가 원하는 새로운 피해자, 가해자를 막는데 큰 시작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 검사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전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상처보다, 조직의 보호보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성추행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서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결단은 대한민국에서 미투 캠페인에 불을 당기고 있다. 여기저기서 서서히 성추행, 성폭행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미투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서 검사는 진상조사단에서 조사를 마치고 “과거의 피해자들이 자유롭게 나오고 미래의 가해자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금부터 얼마만큼의 용기 있는 피해자들이 나올지 알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가슴에 묻고 있는 恨을 풀어낼지도 예상할 수 없다.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은 고민과 고민을 더하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분명한 결단과 용기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평생 가슴에 恨을 묻고 사는 것보다 한을 풀고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은 용기 있는 행동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제2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匿名(익명)이 필요하다면 그 또한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그동안 남성중심 문화의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여성 직원 성추행은 오랜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왔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추행, 성폭행은 피해자들이 혹시나 당할 지도 모를 보복, 불이익 때문에 참고, 또 참고 살아오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때문에 우리 사회는 그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미투 동참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행위도 아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서 검사의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짐도 있다. 크게 잘못된 일이다.
분명 서 검사의 용기와 Me too 캠페인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된 만큼 검찰도 정치적 고려 없이 사건의 본질에 충실해 조직이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Me too 운동은 공직 사회와 사회 저명인사, 정치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된 처신으로 자신의 명예와 운명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 검사에 연이은 용기 있는 Me too 동참자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