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휘 편집국장 기자
이응휘 편집국장.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정부의 최고위직 공직자,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검찰 출석에 앞서 포토라인에 서면 하나같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고 말한다.
최근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박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억울한 탄핵, 옥살이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철저히 믿고 믿었던 수족들이 하나같이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철저히 배신당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그런 배신자들을 곁에 두고 철저히 믿고 국정을 운영했으니 국정 농단이 일어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배신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배신자를 국민들이 철저히 심판해 달라’고 독설을 내뿜기도 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트라우마가 뼈 속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본인이 여러 차례 ‘배신’에 대해서 일갈을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측근들의 배신을 보면서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
일명 문고리 3인방들이 보여주는 배신은 배신의 완결판이다.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40억원을 상납 받아 오면서 ‘대통령이 시켜서 했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들이 배신하면 되는 것인가?
문고리 3인방은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탄핵 이전까지 가장 긴 시간동안 호가호위했던 비서진들이다. 오죽하면 문고리라는 별명을 가졌는가. 완전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박 전 대통령도 이들에게 무한의 믿음을 여러 차례 말한 바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모든 책임을 주군에게 미루고 있다. ‘나는 살고보자’고 주군을 배신하는 이들을 박 전 대통령은 무한 신뢰를 했다는 것인가?
전직 국정원장들과 국가안보실장 등 국가권력 2인자격인 이들이 줄줄이 불려나와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보여 주는 모습도 말문이 막힐 정도다. 이들은 군인이었다. 그것도 별을 단 장군들이었다.
부하들이 구속되고 자살하고 하는 판이 벌어지는데도 장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참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박 전 대통령부터 그 부하들까지 모두가 똑같다. 국정농단의 정점은 박 전 대통령이다. 법적인 잘잘못은 법정에서 따지겠지만 이런 사태를 오게 한 책임은 그에게 있다. 국민 앞에 ‘내 책임이오’하는 것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할 일 아닌가? 본인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모두가 남 탓만 하는 것이고 배신당하는 것 아닌가?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정점을 달리는 듯하다.
그 최고의 정점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있고 마지막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칼끝이 향한 듯하다.
과연 이들이 믿었던 부하들도, 측근들도 마지막까지 ‘내 탓이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에게 그 죄를 물어라’고 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그것을 기대하는 자체가 우둔한 것인가?
최근에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