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유리정원'의 감독과 출연배우들의 기자회견 모습.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가을비가 내리는 12일 성대한 포문을 열었다. 이날 개막작인 ‘유리정원’이 영화제의 출발을 알렸다. 

이 작품은 문근영이 2015년 ‘사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각종 외압 논란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추락한 상황에서 2년 연속 한국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돼 남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12일 오후 3시 20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유리정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에는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신수원 감독,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주연배우인 문근영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몇 번 참석한 적은 있지만 제 영화로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가 찍은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되고, 그 영화로 참석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춘몽’에 특별출연을 했었는데 올해도 제가 출연한 작품이 개막작이 돼 기쁘다”며 “2년 연속 개막작으로 얼굴을 비춘 건 내가 처음인 것 같은데 영광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과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한 여인의 사랑과 아픔을 환상과 현실사이에서 신수원 감독만의 스타일로 보여주는 영화다. 동물적 욕망과 질서로 가득찬 세상에서 식물로 살아야 하는 여자의 아픈 복수극이기도 하다.

문근영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역을 맡았다. 재연은 다리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겨 어릴 적 자랐던 숲 속의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고립한다.

김태훈이 재연을 모델로 신작을 집필하는 소설가 ‘지훈’역을 맡았다. 소설의 실패로 슬럼프를 겪던 무명작가 지훈은 우연히 알게 된 재연의 삶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연재해 순식간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다. 서태화는 재연의 연인이자 성공과 욕망에 사로잡힌 ‘정교수’역을, 박지수는 재연의 모든 것을 빼앗는 후배 ‘수희’역을 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기자회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연배우들은 영화촬영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전했다. 문근영은 “먼저 숲에서 촬영한 후 도시로 이동해서 찍었는데 도시촬영이 심적으로 힘들었다”며 “숲에서는 굉장히 순수하고 옳다고 믿는 부분들에 대해서 마음껏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았던 반면, 도시에서는 도시가 주는 삭막함이나 소외감,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김태훈은 “문근영과 함께 한 춤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판타지 같은 장면이었는데 숲의 기운도 좋았고 근영이와 같이 스텝을 밟았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서태화는 영화 후반부에 계속 죽어있는 역할을 해야 했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작품에서 죽는 역할을 해봤지만 죽은 상태로 여러 날을 촬영한 적은 처음이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수원 감독은 작품을 구상할 때 식물인간이란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신 감독은 “영화 ‘마돈나’에 뇌사상태 식물인간 여자가 등장하는데 문득 뇌사상태의 환자들은 영혼도 없는 걸까 궁금했다”며 “세상에서 상처를 입고 꿈과 이상이 짓밟힌 상황에서 나무로 환생하는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각종 외압의혹에 대해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일침했다. 신 감독은 전 정권하에서 불거진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시스트 파문에 대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표현의 자유는 어떤 식으로든 막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또 “유리정원에서 4대강에 대한 언급이 조금 나오는데 과거 정권에서 이 영화를 틀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다”며 “우리는 운좋게 피해갔다”고 개탄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어떤 상황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와 관객”이라며 “100년후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있다면 온전한 영화제로 길이 남을거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1일까지 10일간 부산 영화의전당과 해운대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대만 출신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사인’이 선정됐다.

올해는 ▲월드 프리미어 부문 100편(장편76, 단편24)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부문 29편(장편25, 단편5) ▲뉴커런츠 상영작 10편 등 75개국 298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0편으로 총 430여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7-10-12 17:22:29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오늘의 주요뉴스더보기
부산은행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양야금공업
원음방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